지난해 8월 한국을 찾아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또다시 세월호 문제를 거론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과 만난 자리에서다. 교황은 첫 질문으로 “세월호 문제가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한다. 교황의 관심이 반가우면서도 부끄럽다. 지구 반대편의 교황은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는데 ‘지금 이 땅’에선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는가. 방한한 교황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네 차례 세월호 가족을 만났다. 서울 광화문 시복미사 전 차에서 내려 단식 중이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손을 잡은 장면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한국에 머물던 내내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던 그는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유를 설명했다. “어떤 사람이 ‘정치적 중립을 위해 리본을 떼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나는 ‘고통 앞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4박5일 방한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월호’와의 동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황은 서울공항 환영행사에서 세월호 참사 가족의 손을 잡으며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도 “인간적 고통 앞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했다. 그사이 세월호 가족을 만나 그들이 지고 온 십자가를 전달받은 뒤 바티칸으로 가져갔고, 유족 이호진씨에게 직접 프란치스코란 이름으로 세례를 줬으며, 124위 시복미사 전 카퍼레이드 도중 차에서 내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유족 김영오씨의 손을 맞잡았다. 떠나기에 앞서 아직도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편지를 남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귀국하는 기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15일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교황은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방한 기간 내내 노란 세월호 리본을 착용한 채 미사 등 각종 행사에 나섰고 16일 광화문 시복식 전 가진 카퍼레이드에서도 유일하게 세월호 유족 앞에서는 차에서 내려 그들의 손을 잡고 위로해주었다. 이런 행동은 예수가 그렇게 사셨고, 교회는 그의 모범을 따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우선적 선택’을 해야 함을 몸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교황의 이러한 행동은 권력과 금력에 도취되어 너무나 비대해져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도착 첫 메시지는 평화와 화해였다. 교황은 어제 성남 서울공항에 내려 영접 나온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유족들을 소개받자 왼손을 가슴에 얹고 슬픈 표정으로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고 한다. 교황은 이날 오후 참석한 청와대 연설에서도 평화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게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며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계층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각별히 배려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이로써 한국..
성리학의 이념에 의해 틀 지어졌던 조선은 18세기에 이르러 국가의 기본 원리가 무너지고 성리학적 규범이 내파하는 위기를 맞게 된다. 조선은 두 차례의 커다란 전쟁과 함께 비대해진 양반계층의 걷잡을 수 없는 탐욕과 부패, 붕당화로 마침내 국가 공동체 전체가 해체될지도 모를 지경으로 치닫게 된다. 이제 성리학적 이념과 체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철학과 규범이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의 시기에 중앙 정치에서 소외된 일단의 유학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새로운 사상에 심취하게 된다. 그 가운데에 이벽을 중심으로 한 천진암 강학회가 자리한다. 1777년부터 7~8년간 이어진 이 모임의 절박한 문제는 무엇이었나.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성리학적 원리와 체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상과 이념이었을 것이다. 소외되고 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드디어 오늘 한국에 온다. 78세 고령에 여름휴가까지 마다하고 14시간의 길고 긴 비행 끝에 지구 반대편을 찾아오는 귀한 걸음이다. 교황은 이제 한국에서 4박5일 동안의 바쁜 일정에 돌입한다. 30분 단위로 빡빡하게 짜인 일정이라고 한다. 교황 방한의 주된 목적은 천주교 사목방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교황이 종교를 초월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으로서 한국사회를 찾아온다고 믿고 있다. 교황은 방한 첫 미사를 환경미화원·시설관리인들과 함께 봉헌한다. 4차례의 미사 중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용산참사 피해자, 밀양·강정 마을 주민 등을 만난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은 특별히 직접 따로 만나 위로할 것이라고 한다. 교황의 평소 말과 행동대로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먼저 ..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온다. 교황 방한은 천주교의 아시아청년대회 참석, 124위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식 참석을 위한 것이지만, 모두 이례적이다. 아시아청년대회는 추기경이나 주교들도 별로 참석하지 않던 행사였다. 하물며 교황 참석은 처음이다. 시복식도 대개 교황의 특사가 집전한다. 이 때문에 교황 방한은 한국 천주교회, 그리고 한국에 대한 특별한 관심의 표현인 셈이다. 우리는 너무 익숙해서 둔해졌지만,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내란음모’ 사건과 ‘간첩조작’ 사건이 반복되고 수백만명의 젊은이들이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극단적이며 소모적인 준전시상태다. 팔레스타인만큼 평화가 절실한 곳이다. 속사정은 더 복잡하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다지만, 양극화는 극단적이며 돈만 좇는 천박한 풍..
오는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생존 학생들을 직접 만나기로 한 것은 종교와 종교지도자의 진정한 사명을 새삼 일깨워준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 따르면 교황은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끝난 뒤 제의실에서 세월호 유족과 학생들을 따로 만나 충격과 슬픔을 위로하며 이들의 얘기를 경청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뿐이 아니다. 교황이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과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 용산참사 유가족, 쌍용차 해고노동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 ‘낮은 곳의 사람들’이 대거 천주교 측의 초대를 받아 참석한다. 평소에도 바티칸 쓰레기 청소부들을 초청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