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일 동안 닫혀 있던 국회의 문이 어렵사리 열리게 됐으나, 자유한국당의 끝없는 몽니 때문에 일단 ‘반쪽’ 정상화에 머물 판이다. 여야의 막판 협상이 접점 찾기에 실패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만으로 국회 소집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은 바른미래당 주도의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17일 국회에 접수했다. 소집요구서 제출 이후 3일이 걸리는 만큼 6월 임기국회는 오는 20일 개회된다. 여야 4당만의 국회 소집을 불러온 것은 전적으로 한국당의 책임이다. 한국당은 여당과 협상하며 이견이 좁혀질 때마다 새로운 조건을 내걸면서 절충 기회를 차단해왔다. 지난주엔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재구성을 등원 조건으로 내걸더니, 이번엔 난데없이 ‘경제실정 청문..
자유한국당이 14일 중앙윤리위원회를 열어 ‘5·18 망언’을 한 세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내놨다. 이종명 의원은 제명하기로 했는데,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서는 징계를 유보했다. ‘전당대회 후보자는 후보 등록이 끝난 때부터 당선인 공고까지 윤리위 회부 및 징계를 유예받는다’는 당 선출 규정에 따른 조치라고 당은 설명했다. 두 김 의원이 오는 27일 치러지는 전당대회에 각각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로 등록했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나와야 징계한다는 것이다. 피 흘려 민주주의를 사수한 시민을 모독한 의원들에 대해 당규를 내세워 보호막을 치다니 너무나 안일하다. 진정성 없는 ‘징계쇼’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 의원에 대한 제명은 당 징계위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5·18 공청회 문제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희생자·유가족과 광주시민들께 당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5·18 관련 당의 공식 입장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민주화운동이었다는 것”이라며 “한국당은 진실을 왜곡하거나 5·18정신을 폄훼하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5·18 망언이 나온 지 나흘 만이다. 처음엔 “당내 문제” 운운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 뒤늦게 대국민사과를 내놓은 건 보수단체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하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의 이런 ‘뒷북 사과’는 충분치도 않고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스스로 당을 대표해 사과한다면서도 망언..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혁에 진전된 입장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의 기본 방향에 동의한다’고 결정하고, ‘내년 1월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제 개혁안 합의-2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 의결’의 일정을 제시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예산안 동맹’을 맺기 전 야 3당이 제안했던 합의문 초안에 근접한 내용이다. 야 3당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집권여당이 한국당과 합의해 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제 선거제 개혁의 성패 관건은 한국당으로 모아진다. 선거제도는 권력의 생성 원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기에 헌법만큼 고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역 의원들의 정치생명이 달린 사안이기도 하다. 여당과 제1 야당 중 어느 한쪽이라도 반대하면 선거제도 개편을 ..
정기국회의 가장 큰 숙제인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처리됐지만 연말 정국은 암울하다. 선거제 개혁을 뺀 예산안 합의에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개혁과제에 앞으로 협조하기 어렵다며 싸늘한 분위기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협치종료를 정식 선언한다”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단식농성 5일째다. 지금 국회는 ‘유치원 3법’을 포함한 민생법안과 사법개혁,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정조사,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 시급한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0일쯤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이런 현안들을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개회 여부도 불투명하다. 일이 이렇게 된 데는 누구보다 여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야 3당이 요..
과문해서인지 ‘barmy’라는 영어 단어가 있다는 것을 바른미래당 덕분에 처음 알았다. 이 단어의 뜻은 ‘약간 제정신이 아닌’이라고 한다. 이도 저도 아닌 ‘바미스럽다’는 신조어를 낳은 바른미래당은 당명부터 미래를 예고했던 것이다. 대주주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앞날을 내다봤다.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요즘 바른미래당의 모습은 이 말에 딱 들어맞는다. “자유한국당과 한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바른미래당의 처연한 모습을 보면서 1990년대 유행가의 한 구절을 흥얼거리게 된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사실 출발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바른미래당의 모태인 국민의당은 ‘중도개혁’ ‘다당제’를 내세웠지만 구성원들의 마음속엔 정치적 속셈만 그득했다. 새정치민주..
김성태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중앙당을 해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명을 바꾸겠다는 등의 혁신안을 제시하자 당내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재선 의원들은 사전에 논의도 거치지 않고 발표했다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초선 의원 30여명은 19일 모임을 갖고 당내 정풍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박근혜 정권에서 공천을 받은 이른바 ‘박근혜 키즈’다.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우리가 가진 이념이 문제가 아니고 그것을 담을 그릇이 문제였다”며 지방선거를 이끈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친홍준표(친홍)계는 거꾸로 친박계의 인적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서로 “네가 나가라”는 것이다. 이러니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백날 외쳐봐야 빈말로 들리는 것이다. 이것이 자유한국당의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통상 압박에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하자 야권이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미국의 무역 제재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보복으로 규정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공조가 절실한데 통상 문제에 정면 대응하다 한·미 안보동맹까지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상 갈등은 통상 논리로, 안보는 안보 논리대로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지극히 온당하다. 교역국 간 통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세계무역기구(WTO) 절차 등에 따라 대처하겠다는 방침은 하등 이상할 게 없다. 게다가 통상은 호혜성이 원칙인데, 미국은 이를 어겼다. 일본과 캐나다 등 다른 나라들과 균형도 맞추지 않은 통상 압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주권국의 정부라고 할 수 없다. 미국의 압박에 굴복할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