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이후 한반도가 지니는 지정학적 의미는 강대국들 간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에서 특정 국가에 의한 한반도의 독점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과 북으로 분단된 한반도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힘겨루기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적인 기술이전 요구 등 부당한 무역관행을 조사토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실상 무역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중국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는 15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다자간 무역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자 극우 성향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나서서 “중국과의 경제 전쟁은 모..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건 1993년 3월이다. 자대 배치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 사찰 요구를 거부했고 미국은 팀스피릿 훈련 중단 약속을 파기했고 따위의 한반도 정세 얘기는 듣지도 못했다. 전쟁 위기가 ‘원자로 건설’ 때문인지 ‘핵미사일 개발’ 때문인지 몰랐다. 장교들은 “북한 놈들이 쳐들어온다”고 했다. 전투준비태세 단계가 높아졌다. 군장을 꾸린 채 취침하기도 했다. 개별 인간의 가치와 의지가 무력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던 것 같다. 세상, 특히나 정세는 ‘나’라는 존재는 안중에도 없이 돌아갔다. 전쟁과 죽음, 핵의 공포를 체감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호전성을 곧잘 드러내던 선임병은 보초를 서며 욕설 한마..
인정한다. 북한의 핵무기와 첨단 미사일 기술 개발은 지역 안정을 깊숙이 뒤흔들 정도로 위험하다. 그러나 언론에서 끊임없이 떠드는 것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을 상대로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은 극도로 낮다.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으며, 어떤 실질적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언론에서 이런 시나리오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미사일방어 체계를 비롯한 무기 판매에 엄청난 자본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개발이 위험한 것은 동북아시아 군비 확장을 촉발해 북한뿐 아니라 역내 모든 국가 사이에 군사적 긴장관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단기간에 핵무기를 200기에서 1000기, 심지어 1만기까지 손쉽게 늘릴 수 있고, 일본과 한국 또한 핵무장에 나설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