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족이 등장하는 예능프로그램을 우연히 보는데 웃음이 안 난다. 부족문화를 체험하는 형태의 예능은 문명과 동떨어진 순수한 원주민과 불편·낯섦을 체험하는 문명인 사이의 대비로 재미를 만든다. 이런 식의 ‘체험’은 주로 사회문화적 권력에서 우위를 점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수많은 미디어에서 반복하고 있는 장애극복과 동정, 장애체험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삶이나 정체성을 ‘체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 권력이다. 흔들리지 않는 위치가 만든 제자리는 ‘관계’로 이어지지 않고, 문화 상대주의라는 말로 비교적 안전한 소비거리가 된다. 만약 이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자 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태도를 보일까? 체험으로 즐거웠던 특정 문화는 위험하다고 비난받을지 모른다. 누군가는 어떤 절차..
중국계 혼혈 배우 클로이 베넷은 헐리우드에서 아시아계가 겪는 캐스팅 불이익 때문에 아버지의 성을 버렸다. 본명은 클로이 왕이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연기자가 따낸 주연급 배역은 1%에 불과하다. 명백한 인종차별로 보이지만 이런 반론도 있다. 주관객층이 백인인 헐리우드 영화의 주인공 가운데 백인이 많은 것일뿐, 돈으로 움직이는 헐리우드에서 우수한 배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 변명은 검증 실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중국의 액션배우 이연걸과 미국의 팝스타 알리야가 주연을 맡은 영화 에는 남녀 주인공의 키스 장면이 들어있었다. 시사회에서 야유를 받은 탓에 키스 장면을 잘라낸 새로운 편집본이 전세계 극장에 걸렸다. 관객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아시아계 남성 로미오’를 제거해 버린 것이다. 영화 제목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