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민심과 국민 여론은 거듭 대통령의 하야다. 하지만 대통령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헌법을 무기로 대통령이 국민을 이기겠다고 작정했다는 뜻이다. 선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마지막 가능성으로 남았던 대통령의 정치는 완료됐으며 명예혁명과 망명을 운운했던 일각의 로망은 소멸했다. 남은 것은 국회의 정치와 시민의 정치다. 국회의 정치는 이제 외길로 보인다. 탄핵을 가결하고 헌법재판소로 가는 길, 대통령의 헌법과 국회의 헌법이 맞붙는 막다른 길이다. 반면 시민의 정치는 이 길과 함께 또 다른 길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사문화된 원칙을 되살려 엘리트 독과점 정치의 대의 민주제를 넘어서겠다는 국민혁명의 길이다. 날마다 특종과 속보와 가십성 뉴스가 홍수를 이루지..
“박근혜는 하야하라.” 서울 도심에서만 100만여명!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월드컵 때도,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도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 비폭력으로 평화롭게 진행한 집회였다. 짱돌과 최루탄과 쇠몽둥이가 난무하던 1980년대 집회 광경이 생각난다. 나는 그때 서울에서 333번 시내버스 운전 일을 하고 있었다. 거리엔 늘 데모대와 경찰이 대치했다. 내가 봤던 경험으로만 보면 데모가 가장 심했던 때는 1987년 6월이었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체육관에서 간접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4·13 호헌조치’를 선언한 뒤, 각지에서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랐고 6·10항쟁으로 이어졌다. 시민과 학생들은 백골단에 몽둥이로 맞아 머리가 터지고 피를 흘려도 항거를 멈추지 않았다. 전국..
지난달부터 본격화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를 의심케 만들었다. 현재 드러난 박 대통령의 불법행위는 중대하며, 특히 국가운영을 일개 사인이 농단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이에 몇 주에 걸쳐 서울에서만 수십만에서 100만에 이르는 국민들이 모여 박 대통령에게 퇴진하라고 요구했다.국민들은 사실상 박 대통령을 탄핵했으며, 박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권위와 신뢰를 모두 상실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퇴진을 거부하면서 차라리 탄핵을 하라며 시간 끌기에 나선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지난 역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지금과 같이 현직 대통령을 국민들이 물러나게 한 사례로 유의미한 것은 1960년의 4·19혁명일 것..
검찰이 돌아섰다. 검찰이 등을 돌린 것은 시민들에게 총을 겨눈 군과 경찰이 시민의 편에 선 것과 같다. 살아 있는 권력에 굴종하고 죽은 권력만 물어뜯는다는 ‘하이에나 검찰’의 재빠른 변신이다. 검찰은 촉이 빠르다. 검찰의 표변은 박근혜 대통령이 더 이상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니란 뜻이다. 오동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온 것을 안다. 국정복귀 일성으로 던진 ‘엘시티 철저 수사’ 지시는 지금 박근혜가 갖고 있는 패가 흑싸리 껍데기만큼 보잘것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한 꼴이 됐다. 특검 후보로 반짝 거론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엘시티 이영복 회장과 친분이 있다. 부산의 룸살롱 마담이었던 그의 내연녀 임모씨(혼외아들의 생모)에게 레스토랑을 차려준 사람이 이영복이다. 하마터면 채동욱에게 조사를 받을 뻔한 박근혜는 ‘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100만 촛불 민심’이 분출한 뒤 야 3당이 주도권 다툼 양상을 보여왔다. 광장에서 필요로 할 때에는 뒷전에 있다가, 광장이 비좁아지니까 앞에 서보려고 어깨 밀기를 하고 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야 3당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그간 발끝만 바라보던 청와대와 친박이 고개를 들고 보수 진영에 반격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런 때 야당들이 정치적 셈을 하는 것은 몰염치를 넘어 촛불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그나마 뒤늦게 깨닫고 자성하는 듯하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어제 “지난 2~3일 사이 야권 공조에 대해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약간 삐걱거렸던 야권 공조가 정상화된다”며 “이번주를 지난 시점에 야 3당 합동의총을 ..
“정유라, 풍파를 견딜 나이가 아니다.” 최순실씨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의 한마디가 젊은 세대를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억울하게 죽어간, 정유라씨보다 한 살 어린 김군은 풍파를 견딜 나이인가? 풍파를 견딜 나이라서 삼성의 하청업체들은 20대 노동자들에게 메탄올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일을 시켜서 실명에 이르게 했단 말인가? 한 달이 멀다 하고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에서 들려오는 하청노동자 상당수가 1980년대 말이나 1990년대에 태어난 이들인데, 이들에게 불어오는 풍파는 정당한 것인가? 정반대의 측면에서 접근해보자. 삼성과 현대차 등 재벌 그룹의 2세, 3세들은 20대 초반에 본사 또는 핵심 계열사에 입사해 경영기획실 요직은 물론 이사와 임원으..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100만명이 모인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국정 역사교과서의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전국 102개 대학 역사·역사교육학과 교수들도 그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지 않으면 ‘불복종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10월 국정화에 찬성했던 보수성향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명시하려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은 어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법률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을 국회 교육문화위원회에 상정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오는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은 가부 차원을 넘어 이제 시간의 문제가 됐다. 시민 마음에 박근혜 정부는 이미 실각한 대통령과 아무 일도 못 하는 식물정부로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실상의 국정 중단 상태가 앞으로 1년 넘게 지속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일을 매듭짓지 못하면 야 3당과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 대통령 퇴진과 중단된 국정을 재개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마침 야 3당 모두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간 ‘대통령 2선 후퇴’라는 모호한 입장에 서 있던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도 그제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정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야 3당과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기 위한 비상시국기구 구성을 위해 구체적 노력에 들어가겠다”며 “조속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