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3차례의 큰 산업혁명을 거쳤다. 산업혁명을 잘 활용한 나라들은 선진국으로 발돋움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는 식민지로 전락했다. 한국도 1차 산업혁명의 기회를 잡지 못해 일제 지배로 고통을 당했다. 그러나 2차 산업혁명에 지혜롭게 대처하여 세계가 인정하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기회 앞에서 국가의 흥망이 달린 갈림길에 서 있다. 메가트랜드의 큰 흐름으로 보아 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려면 가장 먼저 과학문화를 일으켜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정서가 생활과학화되어야 한다. 역사가 짧은 미국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손을 잡고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이나 시카고과학산업박물관을 놀이동산처럼 여기며 찾는다. 박물관 측은 1차적으로 박물관을 시민들의 과학 관문이라 인식하여 아동들에게는 ..
어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발표 내용을 훑어보다가 깜짝 놀랐다. 뭘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었다. 세상에, 고향 촌구석에 고속전철역이라니! 9년 뒤면 설, 추석에 편히 갈 수 있다며 설레야 하나. 한편으론 씁쓸하다. 이게 필요한 짓인가 싶어서다. 자, 대한민국 지도를 펴보자. 당신이 대통령, 장관이라면 어디에다 뭘 만들어주겠는가. 일차적 기준점은 비용·편익이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그중에서도 강남권에 뭐든 깔아야 손해를 안 본다. 지방도 대도시 중심으로 엇비슷하다. 왜냐. 가장 욕을 덜 먹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는 사람이 가장 많다. 비용·편익이 높게 나온다. 이렇게 개발해온 게 그동안의 관성이다. 이런 현실에서 영남 골짜기를 관통하는 고속철이라니, 대단한 정치적 결단이다. 균..
지난 주말 미국 실리콘밸리 한복판에 자리한 컴퓨터역사박물관에서 스무 명 남짓의 인문·사회과학자들이 모인 작은 워크숍이 열렸다.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현안은 무엇인가(what is at stake)’였다. 작년에 한국 사례에 대한 발표를 부탁하는 초청이 왔을 때, 무엇보다도 한국 바깥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냉큼 수락했다. 워크숍에서는 ‘기술적 실업’의 문제에서부터 국가 인공지능 전략에 대한 평가까지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몇 년 전 시작된 한국 사회의 4차 산업혁명앓이는 글로벌 기준으로 보았을 때 유난스럽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구글에서 집계한 검색어 순위를 지역별로 나누어 보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
이제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낯설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은 학문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모든 국가에서 생산, 경영 및 지배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급진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로 이어지는 초연결 사회에서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이 인간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람과 기계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기술과 가상과 증강현실을 응용한 사이버 기술이 보편화될 것이다. 이러한 소용돌이가 예고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민과 관이 누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야 하느냐로 갑론을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혁명이 일어나야 할 부문이 침묵하고 있다. 교육이다. 사유와 이성적 판단을 통한 가치부여와 뜨거운 가슴을 지닌 호모 사피엔스만이 다가올 시대의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다. 교육은 지식습득을 용이하게 하고..
2016년 개최된 제46회 다보스 포럼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논제에 불을 댕겼다. 이후 많은 국가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목했고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1월 특정 질병에 대해 개인 차이를 고려해 맞춤 치료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정밀의료 계획’을 발표했다. 정밀의료란 개인의 유전체정보와 의료정보, 주변환경, 생활습관 등을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 같은 첨단기술에 연계시키고 분석해 질환의 예방 및 진단, 치료 등 환자 개인별 맞춤형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맞춤의학’이라는 명칭 아래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됐다. 그러나 정밀의료는 이보다 훨씬 더 방대한 데이터와 정밀한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다양한 기술과 기술이..
영화 를 보고 나서 큰 의문과 회의에 휩싸였다. 여기저기서 가져왔다지만 장면들은 예뻤고, 평범한 대로 음악도 듣기 좋았다. 특히 ‘달콤 쌉싸름한’ 사랑 이야기가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결정적으로 영화의 큰 줄거리에 도무지 공감하기 어려워, 마음속 ‘별점’을 두 개 반 정도만 줬었다. 약간의 고뇌와 좌절을 겪지만 젊은 백인 미남 미녀가 젊은 날의 ‘꿈’이라는 것을 장쾌하게 이뤄버린다는 성공 서사가 단순하고도 이상했다. 내가 본 LA는 트럼프가 싫어한다는 멕시코, 코리아, 차이나 등에서 온 키 작은 노동자들의 도시이기도 했다. 현실이 어려울수록 판타지의 미감이 더 빛을 발할 수 있고 이야기를 깊이 있게 하는 데 제약이 있는 뮤지컬 양식을 빌렸다는 점을 감안해도 납득이 안됐다..
올해 초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고’라는 게임을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못하게 되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지도 데이터를 구글에 제공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불허 결정을 내렸다. 안보 위험이 있을 수 있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쉬운 결정이다. 운전을 하거나, 주차를 하면서 ‘사이드미러가 꼭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해본 운전자들이 많을 것이다. 옆으로 튀어나온 사이드미러를 없애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은 이미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사이드미러 설치가 의무이고, 반드시 거울을 써야 한다는 규제 때문에 다른 기술의 적용이 불가능하였다. 이와 같이 해묵은 법규와 규제는 너무 많아서 나열하기도 힘들다. 새로운 산업도 법규와 규제로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