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법원 부장판사 때 일입니다. 1억1000만원에 전세계약을 한 세입자가 1억원밖에 준비 못하자 집주인이 위약금을 물리며 계약을 깬 사건이 들어왔죠. 배석판사들은 금액에 따라 계약불이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저는 달리 생각했죠. 겉으로 드러난 금액도 중요하지만 세입자가 돈을 준비 못한 사연과 집주인이 계약을 깨려는 실질적 이유를 살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헌법재판관 재직 중 소수의견을 많이 내 ‘위대한 반대자’로 불린 이영모 전 재판관의 말(2001년 동아닷컴 인터뷰)이다. 이 전 재판관은 2000년 헌재가 “과외금지는 위헌”이라고 결정할 때 유일하게 합헌 쪽에 섰다. 그는 과외를 전면 허용할 경우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 고착화와 세습의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소수의견을 ..
“드라마가 너무 무서워서 TV를 꺼버렸다.” 요즘 주변에서 들은 얘기다. 공포 드라마가 아니다. 자녀를 서울대 의대에 보내려고 혈안이 된 상류층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JTBC 드라마 얘기다. 이 드라마의 인기는 신드롬에 가깝다. 방송이 끝날 때마다 온·오프라인이 시끌시끌하다. 2~3명만 모여도 침 튀기며 이야기를 쏟아낸다. 최근엔 방송 전 게시판에 올라온 드라마 내용이 실제 방송과 일치하자 ‘내용이 유출된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어났을 정도다. 급기야 제작사 측이 “시청자분들께서 다양하게 추측한 내용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일 뿐, 제작진 유출이 아니다”라는 공식 해명까지 내놓았다.이 드라마가 섬뜩한 것은 자녀의 입시경쟁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부모들, 성공보수로 강남 집 한 채 값을 대가로 받는 입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