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두 대선 후보의 정체를 모르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언행만 보면 철학과 인간 됨됨이에 대한 판단이 불가능하다. 이 후보는 현안에 대해 과거와 다른 소리를 하고, 불리하면 말을 바꾼다.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다 감원전을 이야기하고, 국토보유세 도입 등 보유세 강화를 주장하다 공시가격 현실화 등 속도 조절을 주장했다. 전두환 비석을 밟더니 ‘전두환의 경제성과는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이 후보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지금은 없어진 ‘바른정당’ 후보라 해도 될 거 같다.
윤 후보도 종잡을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출마했다더니, “보수도 진보도 아닌 실사구시·실용주의 정치”를 주장한다. ‘주 120시간 노동’을 말했다가 타임오프제와 노동이사제에 찬성한다고 했다. 앞뒤가 달랐던 발언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다만 이 후보의 말바꾸기가 계산된 것이라면 윤 후보의 말바꾸기는 본인도 의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관된 것이 있기는 하다. 곤란한 상황에서 나오는 말버릇이다. ‘아이참 거.’
더구나 두 사람의 공약들은 갈수록 닮아간다. 대대적 주택공급, 재건축 용적률 완화, 부동산 감세, 병사 월급 200만원. 2030과 중도에 대한 경쟁적 구애가 원인이라지만, 두 사람 공히 철학이 없다보니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내용이 없으니 화려한 말로 치장하려는 행태도 닮았다. 이재명의 소확행, 윤석열의 심쿵약속. 성마른 이미지의 이 후보와 꼰대 스타일인 윤 후보에게 이런 네이밍은 어색하다.
두 사람의 부실은 기본 판을 뒤흔들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회생하면서 ‘이재명 대 윤석열’ 양자구도는 안 후보가 포함된 3자 구도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그래도 안철수가 셋 중 제일 멀쩡하다’고 하면서 5% 안팎이던 안 후보 지지율이 10~15% 사이로 뛰어올랐다. 안 후보 지지율이 어떻게 될지, 야권 후보 단일화가 누구로 이뤄질지에 따라 판이 출렁댈 것이다. 이래저래 시야가 흐릿하다.
도박판에서 기대할 것은 운밖에 없다. 대선판 초유의 무속 논란은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천공, 건진, 무정 등 윤 후보와 얽힌 무속인들의 이름이 선거판을 어지럽히고 있다. 김건희씨는 도사와 이야기하기를 즐기며 윤 후보와 자신이 영적인 끼로 연결됐다고 했다. 윤 후보가 무속인에 휘둘린다는 비판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무속까지는 아니지만, 민주당도 요행수를 바란다. 독선과 오만, 내로남불로 국민을 배신하고도, 수구보수를 찍을 수 없는 국민들이 결국 자신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막연하게 기대한다.
앞날은 더 암울하다. 둘의 정체를 모르니, 둘 중 누가 되든 어떤 나라가 만들어질지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다. 대선까지 40여일 남았다. 그동안 둘의 생각을 알 만한 일말의 단서라도 잡히길 기대한다. 도박판에 전 재산을 거는 타짜의 심정으로 투표장에 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