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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처음 열린 날을 기리기 위해 단군은 강화도 마니산 정상에 제단을 쌓고 제를 올렸다. 사람이 보금자리를 틀 수 있도록 세상을 열어준 하늘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제사이자 축제다.
하늘과 사람이 어우러진 제사 터를 지키는 건 한 그루의 소사나무다. 기록이 없어서 누가 일부러 심어 키운 것인지, 지나는 새들이 씨앗을 물어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제단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꾸미기 위해 자리를 신중히 골라 심은 것처럼 참성단 돌축대 위에 우뚝 서 있는 소사나무 풍광은 볼수록 절묘하다. 주로 서해안과 남해안의 산기슭에 자생하는 소사나무는 강화도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우리의 토종나무다.
흙 한 줌 없는 돌 틈에 뿌리 내리고 150년을 살아온 참성단 소사나무는 나무높이 4.8m, 뿌리 부근 둘레 3m의 융융한 나무다.
사방으로 고르게 뻗은 나뭇가지는 동서 방향으로 7m, 남북 방향으로 6m를 펼쳤다. 우리나라에 살아 있는 소사나무 가운데에는 가장 큰 나무다.
참성단이라는 의미 있는 자리를 지켜온 나무일 뿐 아니라, 규모와 생김새도 나라 안의 여느 소사나무를 뛰어넘는다는 이유에서 200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소사나무로는 유일한 천연기념물이다.
대개의 소사나무는 줄기 아랫부분이 여럿으로 나누어지면서 적당히 비틀리며 솟아오르는 전체적인 생김새가 아름다워 사랑받는다. 그런 이유에서 정원의 운치를 돋우는 정원수로 더없이 알맞춤한 나무다. 짧은 시간에 고목(古木)의 분위기를 갖추는 나무여서, 분재로 많이 키우기도 한다.
마니산 참성단은 이 소사나무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참성단이 하늘에 제사를 올린 신성한 곳임을 가리키기 위해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소사나무 없는 마니산 참성단의 풍경은 아마 바라보기 아쉬울 만큼 황량하거나 보잘것없어 보일 것이다. 꼭 필요한 자리에서 비바람 눈보라에 맞서 긴 세월을 자라온 소사나무 덕에 바위산 정상의 주변 풍광은 한껏 풍성해진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연재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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