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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감염병인 코로나19로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3만 철도노동자는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국토교통부에 ‘교통’은 사라지고 ‘국토’만 남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가 전라선 SRT 운행 방침을 내놨습니다. 국토부는 지역 의견을 수용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습니다. 국토부의 설명대로 지역민은 열차를 갈아타지 않고 수서까지 이동 가능한 편리한 철도를 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토부가 지역 주민의 요구를 반영하고자 한다면 KTX를 수서역까지 운행하면 됩니다. SRT를 투입하기 위해 9월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새롭게 면허를 발급하거나 장시간 시범운행할 필요도 없습니다. 소모적 논쟁에 휘말릴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현재 SRT는 고작 열차 1대를 전라선에 투입할 수 있습니다. 만약 사고라도 나면 예비차량이 없습니다. 반면 KTX는 14대의 넉넉한 예비차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KTX만이 여수, 순천, 진주, 마산, 창원, 포항에서 수서역까지 지금 바로 운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KTX와 SRT를 통합하면, 고속철도의 모든 운임을 10% 이상 인하할 수 있습니다. 열차 운행 증가에 따라 매출액은 늘고, 중복투자로 인한 비용(559억원)은 대폭 줄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환승할인, 정기권 이용, 예약 발매, 복합열차 운행 등으로 국민의 열차 이용은 더욱더 편해질 것입니다. 철도 안전도 획기적으로 높아집니다. 지금 고속철도는 운영사의 이원화(KTX와 SRT)로 높은 사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통합하면 이원화된 철도 시스템이 하나가 됩니다. 통합만이 운영과 사고 복구를 달리해 발생하는 혼선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쉽고 간편한 길을 외면하고, 복잡한 행정절차를 감수하고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면서까지 SRT만 우기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쪼갠 철도를 더욱 세분화해서 쪼개려 하고 있습니다. 철도노동자들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SRT만 가능하다는 국토부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과거 정권 그대로, 정권 말 철도 민영화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 조합원도 많습니다.
여기에 “SRT 전라선 투입과 철도 통합은 별개”라는 국토부 장관님의 인사청문회 답변은 철도노동자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철도 공공성을 핵심가치로 삼아 철도산업을 개혁한다고 했습니다. 철도 통합과 고속철도 통합은 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약속이었습니다.
누가 보아도 지금 바로 운행 가능한 수서행 KTX가 정답입니다. 영호남 지역민에게 고속열차의 혜택이 고루 돌아갈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부의 철도산업 개혁 의지를 재확인하는 시금석이기도 합니다. 철도노동자는 철도 통합과 철도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초심을 믿습니다. KTX-SRT 통합은 통일철도, 대륙철도를 준비하는 한국 철도의 미래를 밝게 만들 것입니다. 장관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박인호 |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오피니언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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