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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종영된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라는 드라마가 준 위로와 공감, 그리고 깊은 울림의 여운이 길게 남았다. 드라마를 소개하는 글에는 ‘가족 같은 타인과, 타인 같은 가족의 오해와 이해에 관한 이야기’라고 되어 있다. 제목에서 가족을 수식하는 ‘아는 건 별로 없지만’이란 표현이 더 마음을 두드렸다. 배우자와 아이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또한 그들이 가족만큼 의지하는 타인을 얼마나 갖고 있을지 내 주변을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

가족의 사전적 정의는 ‘혼인한 부부를 중핵으로 그 근친인 혈연자 및 입양자가 주거를 같이하는 생활공동체’이다. 최근 이러한 전통적 혼인·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과 인식에도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통계를 보면 4인 가족이 대한민국 가정의 대표적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다. 30년 전인 1990년에는 4인 가구가 전체 1135만가구 중 30%를 차지하여 우리나라 가정의 표준 모델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2018년 기준으로 4인 가구는 17%로 크게 줄었다. 평균 가구원 수도 2.44명으로 1990년 3.77명보다 1.33명이 감소했으며 앞으로도 더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에 1990년 9%였던 1인 가구는 2018년 현재 29.2%로 가장 비중이 높은 가구 형태가 되었다.

여성가족부의 ‘2020년 가족다양성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이 “혼인·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주거와 생계를 공유하면 가족”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은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과 동거로까지 확대하는 법령에도 찬성했다.

정서적 유대감, 생활상 지원 등의 이유로 기존에 없었던 형태가 가족이 되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다. 공동육아 협동조합 등 생활편의를 고리로 한 느슨한 형태의 대안가족, 1인 가구들이 각자의 독립적인 삶은 보장하면서 어려움은 함께 해결하는 비혼공동체가 그 사례다.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 가족을 만들자는 뜻에서 인터넷 가족을 꾸리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형태의 대안가족은 결혼과 출산이 점점 줄어 전통적 가족의 개념이 희미해지는 사회에서 가족의 결핍을 대신하거나 보완해 가족애를 다시 찾고자 하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올 10월 중순부터 통계청에서 5년마다 진행하는 인구주택총조사가 시작된다.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해 올해는 1인 가구가 된 이유나 기간을 묻는 조사항목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또한 일주일에 몇 번이나 가족과 저녁을 먹는지도 조사한다.

반려동물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세태를 반영해 반려동물 보유 현황도 조사항목에 추가했다. 이는 가족과 가구의 현주소를 이해하고 미래의 변화를 예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는 말이 있다. 가족애도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자주 보고 대화할수록 깊어지기 마련이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관련 통계를 면밀히 파악해 국민의 삶을 제대로 살펴볼 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 나오는 법이다. 다양한 가족 형태로의 변화에 부응한 정책 마련을 위해 이번 인구주택총조사에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당부드린다.

<강신욱 |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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