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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라는 망령이 전국에 출몰하고 있다. 한반도의 동·남해안(부산, 울산, 경남)에서 출몰하던 메가시티(도시연합)는 대전·충남, 자칭 강소 메가시티 전주·전북으로, 대구·경북, 광주·전남으로 그 활동영역을 넓히며, 홀연히 자취를 감추다 불현듯 그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지난 2년 동안 그렇게 전국을 쏘다니고 있다. 지역발전의 묘약으로 지역신문에 출몰하더니 정부청사 근처에서도 자주 출몰한다.
메가시티란 이웃하는 지자체끼리 도시통합은 아니지만 연계·협력하여 공동 문제를 해결하며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도시연합을 말한다. 그 기원에 관해서는 일본의 도쿄권에 맞서려는 오사카 지역의 간사이 광역연합이 최초라는 설, 영국 맨체스터 광역권 개발을 위한 맨체스터 연합도시가 최초라는 설, 혹은 그보다 앞서 소규모로 출발한 프랑스의 메트로폴을 최초로 꼽는 설이 있다. 발원지가 어디건, 실체를 확인했다는 사람을 찾기 어려우니 메가시티는 아마 망령의 세계를 배회하고 있을 성싶다.
간사이 광역연합이나 맨체스터 연합도시나 대체로 10년쯤 되었으니, 최초를 따지는 일은 별 의미가 없다. 한국에서는 둘을 동일시하여 모두 메가시티라 부른다. 무엇이라 명명하든, 도시를 연합하여 규모와 역량을 향상시키려는 대도시권 전략은 세계화 시대 속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국내의 지역을 묶어서 공동으로 지역 개발을 촉진하고자 하는 눈여겨볼 지역 개발전략임에는 틀림없다.
메가시티는 그런데 성공적인 전략일까? 성공하지도 않았는데, 그저 하나의 환상을 불러들인 것은 아닌가? 이에 답하기에 앞서 한국과 영국, 일본은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있나? 메가시티라는 묘약은 한국에서도 비슷한 약효를 가질까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도쿄권(태평양 연안 임해지역)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곳이며, 보다 중요하게는 일본의 경제력이 30%가량 집중한 곳이다. 한때 일본을 호령하던 간사이 지역으로서는 기분도 나쁘고, 위기감을 느낄 일이다. 그래서 2010년경 간사이 지역 경제인이 중심이 되어 뭉쳐서 간사이 광역연합을 도모하게 되었다. 맨체스터 광역권은 오랫동안 하나의 행정단위였다. 박지성 선수가 뛰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장이 있는 트래퍼드는 이 광역권에 속한 자치구의 하나다. 광역권이 해체되고 침체에 빠지자, 다시 도시광역권을 만들고, 맨체스터 연합도시를 만들고, 시장을 직선한 게 2010년대 후반의 일이다. 원래의 맨체스터시만 본다면, 1910년대에 도시 인구가 최대였고, 그 이후 100년 동안 침체하였다가 최근에 다시 일어나고 있으니, 개발의 절실함은 말해 무엇하랴.
어떤 성과를 거두었나? 10년 남짓의 짧은 기간에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그들의 비전과 광역연합의 역할을 보면 전망은 밝지 않다. 오사카권에는 타 지방의 젊은이가 유입되지만, 도쿄권으로는 젊은 인구가 유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도쿄권 일극체제가 일본을 망치고, 지방 소멸을 촉진한다는 비명소리가 오사카에서도 낯설지 않다. 간사이권은 그래도 도쿄권에 맞설 수 있지만, 맨체스터 연합도시는 런던권과는 그 경제력과 활력 면에서 비교불가하다. 맨체스터 연합도시는 인구 300만명에 이르지 못하며, 주로 지역 관리의 주체로서 제한된 역할을 담당할 뿐이다. 맨체스터 광역권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곳으로 만든다는 것은 한갓 꿈에 불과하다.
원산지에서도 활력이 부족한 존재인 메가시티가 대한해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와서 한국에 오면 신비로운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메가시티가 지역발전을 선도하고, 균형발전의 축이 될 수 있을까? 배가 들어오면 신비로운 물건이 쏟아진다고 믿었던 태평양 원주민의 화물숭배처럼, 바다를 건너온 메가시티의 망령을 믿고 살면 수도권의 초집중과 혼잡이 해결되고, 비수도권의 소멸이 해소될까? 어림도 없다. 메가시티는 수도권이 경제력과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매우 비정상적인 나라를 정상적인 나라로 만들 묘책이 될 수 없다. 전국을 4~5개의 지방정부로 통합하는 광역적 도시통합의 대전환 없이는 지방이 소멸하고, 비수도권이 말라비틀어지고, 홀로 남아 비대해진 수도권도 결국 무너질 것이다. 마침 대통령을 뽑는 시기다. 믿을 만한 실질적인 지역발전 공약이 기대된다. 메가시티의 망령을 걷어내고, 비수도권을 대한민국 발전의 진정한 축으로 삼아, 어디에서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국토대통합의 비전을 제시할 후보는 어디에 있는가.
이영철 |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오피니언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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