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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령안’(이하 ‘개정령안’)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검사의 수사권을 대폭 확대한 내용이라서 그렇다. 한동훈 장관이 나서서 추가설명까지 했지만 정작 시민에게는 법무정책의 최고책임자로서보다 정교한 법기술자로서의 모습이 돋보인다. 예상과 달리 그 정도가 지나칠 뿐만 아니라 국회를 향한 도발적 태도까지 느껴져서다.

2020년 수사권 조정의 검찰청법은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산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제한하고 개정 이유에서도 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어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2022년 수사기소분리의 검찰청법은 이 중 부패범죄, 경제범죄에 한정하고 개정 이유에서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4개 범죄를 제외함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처음에는 6대 범죄에 한정하였다가 다시 2대 범죄로 한정함에서 검사의 수사 범위를 제한하려는 주권자의 확고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발단은 검찰청법 해당 조항의 ‘등’이라는 애매한 문구에서 비롯되었다. 한 장관 스스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라는 법 규정을 따른 것이라고 했다. 한 예로 개정령안은 심지어 ‘사법질서를 저해하는 범죄’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정적 열거와 병행하여 주요 범죄 중심으로 범위 지우되, 관련성을 따져 부패·경제범죄로 재분류하였다는 고도의 나선형 문장처럼 느껴지는 개정령안의 개정이유를 보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검찰청법은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하라고 명령하는데 대통령령은 거꾸로 가는 것이다.

놀랍고 두려운 법무부다. ‘등’이라는 문구에 기대어 시행령을 이용하여 법률을 무력화시키는 빼어난 솜씨에서도 그렇고, 주권자의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태도에서도 그렇다. 유사한 상황인데도 직전 개정령안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기억한다.

그야말로 문구에 치중한 꿰맞추기식 해석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해석이라고 하려면 법 문언을 기본으로 입법 취지 및 주권자의 의사까지 고려함이 마땅하다. 개정령안의 경우 상위법의 의도나 방향성이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 따라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개별범죄를 나열하는 것이 하위법으로서의 충실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등’ 대신 ‘중’으로 표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법에서 한정적으로 제시된 범죄유형은 수사권조정의 핵심내용을 이루는 것으로 “수사는 경찰, 공소는 검찰”이라는 사회적 논의 방향 및 입법 취지에 비추어서도 ‘중’으로 읽히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법률전문가로 구성된 법무부가 이러한 사실을 몰랐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뻔히 알고도 그랬다면 손쉬운 시행령에 의한 입법쿠데타를 강행한 것과 다름없다. 이는 법률의 위임 범위 내에서 시행령이 있다는 헌법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법무부는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왜 반드시 검찰이어야만 하는지 되묻고 싶다.

혹여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이 정치적 의도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를 통한 경찰권 장악에 이어 검사 출신의 법무부 장관을 통한 검찰수사권 확대를 꾀하고자 한 것이라면, 수사기소분리를 통하여 인권보호를 기하려는 주권자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다수 국민 또한 입법예고 중인 개정령안이 법률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위헌·위법한 것임을 알고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어렵사리 이루어낸 것이 수사권조정입법이다. 이 거대한 사회적 합의가 한낱 대통령령으로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 이러니 이 정부 들어 ‘시행령 통치’라는 듣도 보도 못한 말이 나도는 것이다. 차제에 이를 대통령령에 맡겨 둘 것이 아니라 검찰청법에 직접 규정하여 혼란을 없앨 필요가 있다.


최영승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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