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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니 사장이 바뀌느니 마느니 방송계가 술렁인다. 새 정부 시작과 더불어 공영방송 거버넌스 혁신이 또 방송입법의 쟁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사장 선임기구인 이사회나 이사 선임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구성과 조직개편에 대한 개혁입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모두 입법에는 좌초되었다. 지금도 상임위까지 통과한 관련 개혁법안 2개가 계류 중이나 시효가 임박해 있다. 여야 이해관계가 개혁법안에 첨예하게 얽혀 있어서다.

공영방송의 존립준거가 국가권력으로부터 방송독립인데, 사장과 그 감독기구인 방통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현행 방송법은, 방송을 국영화하는 악법이다. 대통령이 바뀌었으니 사장 등 인사교체 주장도 이런 관점에서 전혀 헛소리만은 아니다. 방송개혁 입법의 불가피성은 또 있다. 통합방송법 제정 22년 동안 인터넷과 디지털기반 유사방송 채널들까지 난립하면서 시장질서 확립 차원의 방송 입법 수요도 폭증하였다.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세계 굴지의 플랫폼 사업자도 국내 방송시장에서 비법적 방송 영업을 자행하고 있어 그 규제도 시급한 입법과제다.

본래 우리 방송은 공·민영 2원 체계로 법제화되었다. BBC나 ARD 같은 선진 공영방송의 특장점을 고려해서였다. 그런데 공영방송 거버넌스 핵심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을, 공영방송이 부재한 미국의 FCC모델을 가져와 입법하였다. 그 결과 보도·교양·오락 프로그램에까지 공영성은 실종되고 오락성과 자극성 프로그램 일색이 됐다. 시청률 경쟁과 광고판매 제고에 몰두한 결과다.

공영인지 민영방송 프로그램인지 차별이 없다는 시청자의 불만이 나올 만큼 공영방송이 상업화한 것은 따져보면 공영방송 입법 오류 때문이다. 이쯤에서 나는, 우리 공영방송의 법제적 결함과 입법 공백 네 꼭지를 짚어내 그 개선책을 원 포인트로라도 서둘러 입법해줄 것을 촉구한다.

하나, 광고판매 수익을 재원으로 삼는 민방과 달리 공영방송은 수신료 수입 등 공적재원으로 운영된다. 그러므로 광고주나 자본으로부터 방송이 자유롭다. 그런데 수신료 제도 입법에 공백이 크다. 수신료 인상 책정 배분을 합리적이고 중립적으로 수행할 관리기구가 입법되지 못해서다. 공영방송 선진국의 수신료가 월 3만원 수준인데 한국은 수십년 동안 껌값 정도인 2500원이다. 누가 어떻게 왜 그렇게 불합리한 수신료를 책정해야 했나. 수신료 책정기구 입법 없이 답이 없다.

둘, 공영방송 EBS는 수신료 법규가 미비한 채 예산의 고작 30%가 공적재원이다. 70%는 광고와 영업수익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것도 비법적 상황이다. EBS 재정수입의 주 재원이 돼야 할 교육방송 수신료는 100원짜리 동전 한 잎에도 못 미치는 월 70원이다. 이것은 참담한 EBS 재정수입의 열악성과 입법 공백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EBS 공적재원 입법 결여에서 빚어진 이 참담한 70원 단면 앞에서 교육방송 입법자인 상임위 국회의원들은 웃어야 하나, 부끄러워해야 하나.

셋, MBC의 입법적 공영방송 편입과 정의는 법제적 큰 오류다. 이윤을 추구하는 주식회사로서의 민영상업 방송이 공익방송의 기치와 양립할 수 없는 탓이다. 수신료 수입 무일푼의 MBC가 공영미디어렙에 전속돼 광고영업을 해야 하는 것은 세계 유일의 방송광고 모델이다. 그 결과, MBC는 정체성 혼란 속에서 번지 없는 방송으로 방치된 채 유료방송들과의 살벌한 경쟁에 직면, 그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끝으로, 공영방송의 자유는 민영방송의 윤리적 자유권이 아니고 법적 책임이 동반된 자유 곧 제도보장적 자유다. 그것은 공적 책무이다. 이것은 프로그램의 형평성, 공익성, 진실성의 원리의 입법화를 동반한다. 이 경우 제작 편성자는 입법화된 편성원칙을 준수하는 게 의무요 책임으로 부과된다. 이와 관련하여 법제화된 것이 편성위원회인데 한국 현실에서는 유명무실해졌다. 그래서 공영방송의 미디어 내적자유 보장의 입법 공백이 생긴 것이다.

새 정부에서 구성 예고된 미디어혁신위원회가 통합적 미디어입법을 위한 필요시간이 적어도 1년이 걸릴 터인데 그때 가서야 입법안들이 백가쟁명식으로 분출할 것이다. 그 매체입법안들 처리가 국회 차원에서 여야가 논쟁하다 보면 몇 년이 더 소요되고 유야무야되는 전철을 밟을 것이다. 공영방송 혁신 법안이 서둘러 입법돼야 한다.

 

방정배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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