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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일부터 농업·농촌 공익직불제(공익직불제)가 시작되어 지급 대상자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공익직불제 시행까지 찬·반 논란이 많았으나 결국 시행되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공익직불제 시행이 시대적으로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째, 공익직불제는 농업·농촌정책을 생산 중심에서 생활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농산물 생산을 중요시하는 농업정책은 농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농산물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데 큰 공헌을 했지만 생산과잉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불안정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규모가 큰 생산자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문제가 있다. 반면 농촌의 공익적 가치 창출 기능은 농촌의 환경, 생태계, 문화, 그리고 식품안전 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요하게 인식되기 시작했고, 농촌 고령화와 귀농·귀촌인의 증가는 농촌생활 환경 개선에 대한 수요를 확장시켰다.
둘째, 공익직불제는 정부와 시장의 경계선을 분명히 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농업정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정부는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해 농산물 시장에 개입해왔는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의 테두리 안에서는 농가의 공공재 가치 창출을 지원하는 것이 시장개입보다 더욱 폭넓은 소득 향상 정책을 가능하게 한다. 쌀을 예로 들자면 정부는 쌀 농가를 위해 쌀 가격의 유지에 힘써왔는데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이 1.5㎏씩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WTO의 제약조건을 벗어나지 않고 쌀 가격을 지키는 것은 한계에 이르렀다. 이번에 공익직불제를 실시하여 직불제 혜택을 밭작물에도 확대하여 받을 수 있게 한 것은 그간 쌀 직불제에 의해 유발되던 농업인들의 쌀 생산 동기를 다른 작물로 유도함으로써 한계에 도달한 쌀 정책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농산물의 생산 동기가 시장에서 결정되게 함으로써 시장의 가격 안정 기능이 최대로 발휘되도록 하는 한편 본래의 기능인 공익적 기능 함양에 집중한다면 정부는 더욱 미래지향적인 농정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익직불제는 다음과 같은 면에서 직접적 이익을 농업·농촌인들에게 가져다줄 수 있다. 첫째, 기존에 수령하던 다양한 직불금보다 수령액이 감소하지 않도록 지불액이 조정됐고, 밭작물 농가와 소규모 농가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둘째, 쌀 농가의 경우는 매년 불확실하게 수령하던 변동직불금의 평균 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확실하게 고정적으로 수령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공익직불제는 그 가치와 양을 측정하기 어려운 공공재를 창출하는 대가로 농업·농촌인에게 직불금을 지불하는 것이므로 쉬운 정책이 아니다. 농업·농촌인들과 정부 간 신뢰가 없으면 작동하기 어렵다. 신뢰받는 정책은 정보와 경험의 축적으로 얻어진다. 유럽의 공익직불제도 정착 과정에서 수십년의 시간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공익직불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농업·농촌인들 모두 당장의 이익이나 성과를 추구하기보다 차분하게 정보와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태호 |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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