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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 시계 알람소리에 깨어나 출근 준비를 하는 것은 가장 흔한 일상이다. 알람기능이 없다면 늦잠을 자고 지각하는 사람들도 무척 많을 것이다.

그런데 알람시계보다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화재경보기다. 깊은 잠에 빠졌을 때 알람이 울리지 않는다면 지각 정도의 ‘사고’가 일어나겠지만 불이 났는데 깨어나지 않는다면 생명을 잃는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매년 화재로 인한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바로 주택에서 발생한다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불이 나면 위험성은 훨씬 높아진다. 그래서 주택 화재 예방과 인명피해 방지는 모든 나라의 공통된 정책의제이다.

특히 선진국들은 일정한 정도의 의무 부과를 통해 화재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왔다. 미국은 일찍이 1977년부터 화재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했고 현재 90% 이상 설치되었다. 일본도 2004년부터 주택용 화재경보기 설치를 시작해 현재 81% 정도 설치되었으며, 화재 사망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2017년 2월부터 단독·다가구·연립주택 등 모든 일반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기존 주택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화재경보기 설치율은 40% 정도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25년에는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부분의 농어촌지역은 이미 초고령화가 시작됐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홀몸노인도 계속 늘고 있다. 곁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런 빈자리를 4차 산업 기술로 보완하려는 노력도 시작되었지만 우선은 화재경보기부터 설치해야 한다.

화재경보기가 있으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지난해 말 대전에서 어린 자매가 요리를 하다 식용유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때마침 화재경보기가 울렸고 그 소리를 들은 이웃 주민이 달려와 소화기로 불을 껐다. 자칫 큰 불로 번지고, 인명피해도 날 수 있는 사고였지만 화재경보기 작동과 이웃의 신속한 대처가 큰 피해를 막았다. 이러한 사례는 한 개에 1만원도 안 되는 화재경보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예시다.

소방청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2025년까지 주택용 화재경보기 설치율을 80%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로 ‘화재경보기 258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생활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에게는 지자체와 협력해 무료 보급 사업도 하고 있다. 특히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화재경보기 설치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투자하고 있어 2580 목표의 조기 달성도 기대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주택은 주거공간을 넘어 업무와 학습 공간의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방마다 화재경보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가족애를 표현해 보기를 적극 권장한다. 아울러 부모님댁에 화재경보기를 달아드리는 것은 작지만 가장 소중한 효도일 것이다. 가수 윤복희씨의 대표곡 ‘여러분’의 하이라이트는 “만약 내가 외로울 때면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 … 여러분!”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나는 말이 있다. “만약 집에 불이 나면 누가 나한테 알려주지? … 화재경보기.”

신열우 | 소방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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