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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노티 세아우톤(Gnothi Seauton)’, 그리스 델포이 신전 입구에 새겨진 “너 자신을 알라”는 너무나도 유명한 경구다. 자신이 아는 바가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았기에 철학의 아버지가 된 소크라테스처럼 우리는 시대의 탄생과 국가의 형성, 도시의 변화를 보며 그 모든 것의 구성이 기술이 아닌 그 깊은 심급에 자신을 알기 위한 노력하는 인간의 정신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도시재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4차산업 시대, ‘뉴노멀’ 시대라는 새로운 탄생의 시대로 넘어가는 지금, 이 과도기에서 우리는 자신이 살아오던 도시에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탄생을 위해 과거 속에 묻는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아기가 태어나는 것과 같이 새로운 모습을 향해 소리 없이, 그리고 서서히 성숙해 나가며 도시 스스로가 지금까지 이룬 문화의 영혼을 담은 길과 건축물 그리고 사람의 정신을 차례로 해체하고 보존하며 재구성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의 시대는 과거와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이면서도 새로운 시대가 현재완료형이 아니기에 계속해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인천의 도시재생을 말한다. 인천은 개항이라는 우리나라의 명(明)과 암(暗), 밝고 슬픈 얼굴을 함께 가지고 있는 도시다. 다른 도시들과는 다르게 전 세계의 문화가 교차하고 역사의 일출과 일몰이 인천엔 잘 녹아 있다. 오래된 도시 인천, 골목길과 시장, 시간을 머금은 집과 갓 태어난 집, 그리고 서로 다른 시기에 증축되고 변형된 집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거미줄, 그리고 이 도시를 둘러싼 복잡한 규칙을 우리는 마주한다. 혹자는 대한민국의 한구석, 불규칙 속의 규칙과 획일화된 모습 속의 독특함, 그리고 중심으로 통하는 새로운 변두리 등 인천에 대한 표현을 쉽게 이야기하지만, 새의 눈으로 이 오래된 도시를 관조할 때만이 우리가 오래된 변두리 도시의 새로운 윤곽을 조심스럽게 볼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서 있는 시공간의 좌표에서 세계를 본다. 그리고 각자가 속한 특정 문화의 시각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한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세계가 달리 보이는 것이다. 조감도처럼 하늘 높이 올라 도시를 바라보면 우리는 이 도시 전체를 본 듯하지만 그것은 조심스러운 도시의 윤곽과의 만남일 뿐 뛰어넘을 수 없는 관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인간(人間), 인간의 눈, 인간이 중심이라는 인본주의의 관점이다.
2021년 지금 도시로서의 인천은 지평선 끝에서 마주한 소실점에서 르네상스를 꿈꾼다.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끊임없는 변화의 개막을 알린 역사적 전환기로 오늘을 이야기하고 싶다. ‘오늘’, 우리는 새의 눈을 뛰어넘는 세계 그리고 도시를 정확하게 그리기 위한 도시재생의 숨은그림찾기를 하고 있다. 내가 선 곳에서 사람의 눈으로 세계를 그리고 도시를 바라보며 나와 도시를 통해 사람을 알아가는 도시재생의 필요성, 인천도시공사는 소크라테스가 그러했듯 모른다는 것을 알고, 알아가기 위한 노력을 통해 사람의 관점, 인간의 도시로 인천 도시재생을 주도할 것이다.
조동구 | 인천도시공사 재생·건축본부장
오피니언 - 경향신문
승효상의 지금 우리의 도시와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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