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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종목의 편파 판정과 약물 복용으로 얼룩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미 14년 전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끈 중국 베이징은 동·하계 올림픽을 동시에 유치한 세계 최초의 유일한 도시다. 중국 정부와 베이징 동계올림픽조직위는 이번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서도 과시했듯이 웅장하면서 현대적인 미디어 연출로 중국의 저력을 세계에 알렸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 도쿄 올림픽에 이어 이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역시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내용면에서는 오래전부터 대회를 준비한 중국이 최선을 다한 대회라는 평가다. 이번 제24회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올렸던 성적을 감안하면 아쉬운 감은 있지만 대체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약 한 달 전 국가대표 선수들의 요람인 진천선수촌에 다녀왔다. 체육회장 자격으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간 우리 대표 선수들을 격려하고 선수촌 시설을 견학하기 위해서였다. 그곳 선수촌 접견실에서 충격적인 브리핑을 들었다.

전라북도체육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하다 얼마 전 선수촌으로 영전한 유인탁 선수촌장이 “아무래도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노골드가 예상된다”며 “금메달이 가능한 종목이 사실상 쇼트트랙이 유일한데 현재 전력이 역대 올림픽 대표팀 중 최약체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정작 경기가 열리자 대한민국 선수단은 선전을 거듭해 결국 쇼트트랙 개인전에서 금메달 2개를 포함해 은메달 5개와 동메달 2개를 수확하는 뒷심을 보였다. 결국 역대 최약체 전력이라는 오명을 뛰어넘어 목표치에 근접한 종합 14위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쇼트트랙 일부 종목에서 홈 텃세에 밀려 억울한 편파 판정으로 고개를 떨군 쇼트트랙 남자 1000m 황대헌과 여자 1500m 최민정의 금메달 획득은 코로나19로 지친 우리 국민의 애타는 속을 후련하게 하는 청량제 역할을 확실히 해줬다.

우리나라 선수단은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쇼트트랙에서 남자 1000m에 출전한 김기훈이 동계올림픽 최초로 첫 금메달 신고식을 한 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모두 9번의 동계올림픽에 참가했지만 단 한 번도 금메달 사냥에 실패한 적이 없다.

국민을 한곳으로 결속시키고 국가 브랜드를 향상시키는 지름길에 우리 선수단의 올림픽 메달 획득만큼 확실한 것이 또 있을까. 이번 올림픽에서 수확한 메달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이 어려울 만큼 국민의 사기 진작에 큰 윤활유 역할을 했다. 몇십조원 이상의 가치다. 현대판 대리전쟁으로 비교되는 국가 대항전 성격인 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대회를 국가 차원에서 더 집중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제20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후보자 토론 TV 시청률보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우리나라 쇼트트랙 선수들의 결승전 시청률이 더 많이 나왔다는 통계 수치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갈수록 학령인구가 감소되어 엘리트 체육을 하려는 꿈나무가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다음 정권에서는 ‘체육부 부활’ 등 체육 조직을 확대해 체육인들의 복지 향상과 자긍심을 고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강선 전북 체육회장·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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