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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관련하여 숲 관리 방식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산림청은 1970년대에 심었던 나무를 수확하여 잘 이용하고, 그 자리에 어린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우리나라 토양조건에서 30년이 넘은 나무는 성장이 둔화하므로 젊고 건강한 숲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환경단체에서는 생물다양성 등 숲의 다양한 가치를 간과하고 탄소흡수만 생각한 무분별한 정책이라고 반발한다.
그런데 양측 논리를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 숲을 잘 관리하여 후손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공통된 지향점을 지니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숲은 매년 221조원의 공익가치를 생산한다. 이산화탄소 흡수만이 아니라 깨끗한 물과 공기를 공급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며 쉼터와 치유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또한 많은 생물이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곳으로 생물다양성을 유지·증진하며 미래 사회를 예비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모든 숲이 이러한 가치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잘 자라지 못하는 나무와 덩굴이 뒤섞인 숲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렵고 오히려 혐오감과 공포심을 유발한다. 또한 빛이 적게 들어가는 곳에서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지 못하고 특정 생물만 버틸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산림청은 이처럼 숲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숲에 투자하겠다는 의도이다. 나이 든 모든 나무를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생장이 미미하고 산불이나 산사태 등의 재해 위험이 있는 곳을 우선해서 관리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다양한 나이의 나무들이 어우러지는 숲으로 만들 계획이다. 즉 청장년층 나무를 중심으로 유년기와 노년기의 나무를 적절히 섞어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산림청은 2050년까지 연평균 나무 1억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큰 나무 한 그루를 수확하면 그 자리에는 어린 나무 10그루 이상이 터전을 잡을 수 있다. 따라서 연간 1억그루를 심기 위해서는 매년 1000만그루 미만의 나무를 수확하면 된다. ㏊당 약 2500그루를 심을 수 있으므로 매년 1억그루를 심으려면 4만㏊가 필요하다. 이는 우리나라 산림 630만㏊의 0.6%에 해당하는 비율이며, 전체 산림을 재조림하기 위해서는 약 160년이 소요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숲은 100년 이상 된 나무가 숲을 형성하며 자라기는 매우 힘들다. 따라서 숲의 건강한 순환을 위해서는 최소한 1% 수준으로 산을 조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의 환경·생태적 여건을 고려하며,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현 국립산림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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