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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인 오늘, 우리 헌정사와 첨예한 비교 및 성찰이 필요한 두 나라가 있다. ‘통치구조’ 측면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프랑스와 ‘기본권’에 대한 인식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독일이다. 대한민국이 ‘제1공화국’ 시절이던 1958년, 프랑스 국민들은 ‘제5공화국’을 출범시켰다.

프랑스는 2020년 현재도 여전히 제5공화국이다. 프랑스는 제4공화국 말기 군소정당이 난립한 가운데 12년 동안 23번이나 내각이 교체되는 혼돈 속에서 내우외환에 빠져 있었다. 드골은 국민들에게 ‘이원집정부제’라는 ‘새로운 대통령제’로 당선되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 있던 프랑스를 구해냈다. 이후 프랑스는 헌정이 안정되면서 금 보유액 세계 4위권, 핵무기를 보유한 유엔 상임이사국이 되었으니 ‘드골헌법’은 100년 이상 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 21대 국회 최대 의안은 제10차 헌법개정안이다. 정치적 흥행 차원으로 임할 경우 ‘6공화국’ 연장선상의 단명헌법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우리 정치 못지않게 혼돈의 연속이었던 프랑스의 개선을 교훈 삼아 제10차 헌법개정안은 100년 이상 근간을 유지할 수 있는 ‘진짜헌법’으로 창제되어야 한다. 그 왕도는 무엇인가? ‘진짜헌법’을 판가름할 요체가 될 만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이 초미의 관심을 갖는 헌법구조인 통치구조의 혁명적 개선방안이다. 그 성공적 사례 중 하나가 프랑스 5공화국 헌법이 채택한 이원집정부제이다. 국민 직선 대통령은 총리를 임명하고, 총리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은 국무위원을 임면하지만 평상시 행정부는 의원내각제처럼 총리가 통할한다(헌법 제7·8·21조). 평상시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법률안공포권과 군통수권 및 사면권을 가지며 국내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한다(헌법 제9·12·14·15·17조). 그러나 대통령은 국가비상시에는 헌법수호자로서의 ‘비상대권’을 행사할 수 있다(헌법 제16조①). 대통령은 내각불신임권을 가진 하원에 대해 해산권을 갖는다(헌법 제12조①). 대한민국 헌법하에서는 위헌적 국회의원에 대한 대통령의 주민투표부의청구권 수준에서 필히 준용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권에 대응하는 권력분립장치 차원이다.

둘째, 통치권과 국민들의 ‘기본권관’을 혁명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모든 기본권은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보장됨(독일 헌법 제2조)이 명시돼야 한다. 또한 개인 간에도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기본권의 개인 간 효력’을 새 헌법은 필히 공인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기본권의 효력 범위가 생활 전반으로 확장돼,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고의적으로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에게 헌법을 근거로 착용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셋째, 헌법총강에 대한 현실적 개선을 국민들의 활발한 토론을 통해 도모해야 한다. ‘국민주권’과 같은 불가역적 총강 조항들 외에 북한을 대한민국 영토로 포함시키고 있는 ‘영토조항’이 대표적인 대상이다. 국제사회가 남북한을 국가 대 국가로 간주하고 있는 현실을 헌법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오히려 통일을 앞당기는 호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통합=헌법작동=국민행복’인 만큼 헌법총강 최고 가치로 국민통합이 명시되어야 한다. ‘천하범사에 때가 있음’(전도서 3장 1절)을 지도자들이 직시하고, 100년 넘게 장수할 수 있는 세계적 헌법을 창제해 대한민국 중심의 세계사를 펼쳐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실로 간절하다.

<홍원식 법학박사(통일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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