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교육을 통해 선진국으로 일어섰다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공교육은 콩나물교실 시절엔 후진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국가 정책에 부응하는 의무 성격이 컸다. 그러나 이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된 지금은 교육을 개인 성장을 이루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권리로 바라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유·초·중등 교육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떼어내 대학과 평생교육 예산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학생 수에 연동해 교육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기획재정부 논리였으나 작금에는 교육부마저 기재부 논리에 포섭되어 모두의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유·초·중·고 교육을 위해 내국세의 일정 부분을 확보해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는 교육예산의 보루가 되어 왔다. 이 예산으로 교사를 충원하고, 콩나물교실을 해소하고, 팽창하는 신도시에 학교를 신설하고, 낡은 학교를 보수하고, 초등학교에 머문 의무교육을 중학교까지 확대하고, 따뜻한 밥 한 끼인 친환경 무상급식을 완성하고, 고등학교 학비를 무상으로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유·초·중등 교육 예산이 남아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하면 이제 겨우 그 평균의 지경에 이르렀을 뿐이다. 나라 살림이 커지면서 예산 규모는 비단 교육 분야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지자체, 복지, 국방 등 전 분야에서 모두 크게 증가했다. 지방 인구도 크게 감소했지만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 지방교부세 역시 비례해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동안 저출생으로 인해 학생 수는 줄었지만 학급 수와 교원 수는 줄지 않았고 오히려 늘어났다. 도시의 팽창과 신도시 건설로 학교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학급 수도 늘어났다. 공교육은 기본적으로 학급 수를 기준으로 살림을 펼치기에 학생 수만으로 예산을 논하는 것은 실질을 가리는 단순화 프레임이다. 아직도 도시화와 신도시 팽창으로 인해 전국 1만1819개 학교 중 2923곳이 과밀학급이다.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도 더디기만 하다. 아직도 아이 10명 중 4명이 지진 대비가 안 된 교실에서, 10명 중 3명이 석면 교실에서 배우고 있다. 지은 지 40년 지난 초·중등학교 노후 건물이 전국적으로 8000동이 넘는다. 또 유아 무상교육, 유보 통합 과제가 있고, 곧 전면화될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교사도 시설도 늘어나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의 충격에 대비해서도 미래 교육 기반 구축 등을 위한 과감한 교육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지방교육재정의 일부를 빼서 평생·고등 교육으로 돌리자는 주장이 옳은가. 지방대학 소멸을 막고 고등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고등교육재정 확보가 필요하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소모적 논쟁 대신 별도 재정 확충 방안을 마련해 고등교육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국회 교육위)>
'일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준만의 화이부동] 왜 정치인들은 성찰에 인색할까 (0) | 2022.10.26 |
---|---|
[박래군의 인권과 삶] SPC그룹의 안전을 대하는 태도 (0) | 2022.10.25 |
[이선의 인물과 식물] 다산 정약용과 국화 (0) | 2022.10.25 |
[손호철 칼럼] 대통령학과 촛불을 다시 생각한다 (0) | 2022.10.25 |
[미디어세상] 카카오 사태 후폭풍, 사회적 책무와 규제 유혹 (0) | 2022.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