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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물리학자 호프 자런의 신간 제목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국내 출간을 앞두고 사전 연재 중인 책이다. 자원이 한정된 지구에서 지난 50년간 인간이 누린 풍요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룬다. 땅과 바다와 하늘을 망쳐놓은 인류의 식생활과 소비생활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구는 앞으로 더 빠르게 달라질 테고 우리는 결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풍요로울 수 없을 것이다.
호우가 계속되고 있다.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은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라고 말하며 온라인 피케팅 운동을 시작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대륙의 북극곰 이야기가 아니다. 코앞에 닥친 미래를 바꿔놓을, 이미 시작된 재난 이야기다. 우리의 보금자리에서 점점 심각해질 기후재난의 속도와 강도를 최대한 늦추고 약화시킬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2050년을 목표로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을 지향하는 것은 전 세계적 추세다. 한국 정부도 이에 맞춰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했으나 여전히 석탄발전소 건설을 계획한다는 점, 탄소 배출 제로 목표가 포함되지 않은 점,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미하다는 점 등에서 지극히 산업중심적이고 성장중심적 정책이라는 여론이 있다. 강한 의지와 섬세한 시선으로 기후 환경 정책을 이끄는 정치인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정부가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큼이나 개인들의 일상적 실천도 중요하다.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결정적 실천은 탈육식이다. 텀블러를 쓰고 일회용품을 줄이는 생활습관도 중요하지만 탈육식은 그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가져다준다. 육식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자세히 알고 싶지 않아서 외면할 뿐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의 18%가 축산업에서 배출된다. 공장식 축산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비율은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비율보다 높다. 소고기 1㎏을 얻는 데 옥수수 16㎏이 사료로 쓰인다. 사육 과정에서 막대한 경작지와 물이 소모되며, 운송과 보관 등의 과정에서 꾸준히 화석연료가 쓰인다.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도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킨다. 육식은 지구의 에너지 자원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빠르게 소진하는 생활습관이다. 수많은 개인들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고기를 먹는다면 기후위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희망은 갈수록 희미해질 것이다.
같은 단백질이라도 식물성 단백질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저히 낮다. 채식으로 향상되는 건강과 채식으로 해결하는 동물 착취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인간으로서 무탈하게 살아가기 위해 채식을 고려해야 한다. 지나친 육류 섭취 또한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누려 온 풍요 중 하나다. 이 풍요를 의심해야 한다.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태학자 로빈 킬 워머러는 그의 저서 <향모를 땋으며>에서 어느 부족 연장자의 말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말은 그저 ‘늘 그랬던 것처럼 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오로지 취하려는 생각뿐이지요. (…) 우리가 맨 처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취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대지님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라고요.”
우리는 지속 가능한 발전 말고 지속 가능한 공생을 계획해야 한다. 생태계를 착취하는 인간 말고 생태계와 함께 공생하는 인간(호모 심비우스)으로 거듭나기 위한 실천 방법이 있다. 바로 탈육식이다. 육식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기후위기를 늦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슬아 ‘일간 이슬아’ 발행인 글쓰기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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