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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정동칼럼

나쁜 강대국들

opinionX 2022. 3. 3. 09:44

아이들이 폭격에 울부짖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운동가 니나 포타르스카가 절규하듯이 우크라이나 인민이 겪고 있는 고통은 영화의 장면이 아니다. 러시아는 정당화될 수 없는 침략 전쟁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

미국은 책임이 없는가? 소비에트 연방을 해체한 개혁·개방을 이끈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이미 1997년 미국의 나토(NATO) 군사동맹 확장 정책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미국 의회 연설에서 미국이 구소련 국가들 지역에 핵무기와 군대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국제협정을 러시아와 맺지도 않으면서 그곳으로 나토를 확대하는 것은 ‘나쁜 잘못’이라고 지적하였다. 이와함께 한 국가와 인민을 모욕하면서 그것이 아무런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러시아의 불법적 우크라이나 침공의 뿌리에는 미국의 나토 확장이 있다.

인류는 기후위기와 대역병에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강대국들은 서로 협력하기는커녕 귀한 에너지를 전쟁에 쓰고 있다. 국제법과 인도주의를 위반한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쟁 광풍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그랬듯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킨다.

침략자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인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평화다. 이 시기 모든 사람들의 요구다. 기후 재앙과 코로나19에 맞서 인류가 협력하는 데에 평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크라이나에서 평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러시아 침략군은 즉각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서 철수하고, 미국은 일방적인 나토 확장을 중단하고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고려해 주어야 한다. 미국은 1962년 구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운반하려고 했을 때, 어떤 요구를 하였는가?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동영상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후 그가 유럽연합의 27개 나라의 지도자에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요청하였지만 이에 동의한 사람은 없었다.

미국의 경제제재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것은 지배자들을 고통스럽게 하기 전에 가난한 사람들을 더 궁핍하게 하고, 인간 최소한의 존엄을 유지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2021년 유엔 인권이사회 보고서에서 지적하였듯이 일방적 경제제재에서 여성과 아동,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큰 희생을 당한다. 더욱이 경제제재의 고통은 푸틴의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 인민의 대의를 오히려 손상시킬 것이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의 경제제재는 오히려 이란에서 여성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갉아먹었다.

러시아는 세계 경제에서 주된 에너지 공급 국가이다.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천연가스 수출 1위, 석유 수출 2위로, 세계 시민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기후 재앙에 대한 대응에서 러시아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 크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세계 시민의 삶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진정 평화를 기원하는 우크라이나 인민의 옆에 있겠다면 미국은 나토 확장을 중단하여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 주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인민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세계적 차원에서 군사주의를 새로 발흥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한다. 군비확대의 종착역에는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푸틴이 핵태세 경계 강화를 명령한 것은, 비핵국가에 대한 어떠한 핵사용 위협도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다. 자제하지 않는 강대국들의 힘은 인류를 더 효과적으로 파괴하는 무기일 뿐이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우크라이나 인민이 결정할 일이다. 만일 우크라이나 인민이 돈바스 지역 분리의 고통을 무릅쓰고도 나토 가입을 결정한다면, 1997년 고르바초프가 제기하였듯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와 외국 군대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국제 협정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는 분단 위기에 있다. 끝내 분단된다면, 그곳은 핵 강대국들의 세력권이 부딪치는 최전선이 될 것이다. 상대에게 치명적 보복을 가할 만큼의 핵무기를 가진 강대국들은 직접 싸우지 않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0년 여성이 전쟁으로 더 고통받는 현실 속에서, 여성의 참여가 평화를 더 보장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역사적인 결의를 하였다. 여성이 평화의 열쇠라고 한 이 ‘1325호 결의’를 국내에서 실현하는 국가 행동 계획을 처음으로 채택한 나라가 우크라이나이다. 우크라이나 여성 평화운동가들은 유럽의 평화운동 시민단체인 핵군축캠페인(CND)과 함께 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반대!(No War)’, ‘나토 확장 반대!(No to NATO)’.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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