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건전한 언론의 상호비평이 필요한 이유

소위 ‘가짜 뉴스’라는 허위조작정보의 규제 문제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20대 국회부터 허위조작정보를 규제하는 입법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사실 허위조작정보는 유언비어라는 이름으로 이전에도 있었다. 단지 지금은 유언비어가 더 빠르게 유통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을 뿐이다. 유언비어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 언론이 사회의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유언비어를 멀리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 해법이라고 한다. 유언비어의 수나 전파력에서 그 하나하나에 대응할 방법이 사실 없기 때문이다. 역으로 유언비어는 기존 언론을 신뢰할 수 없을 때 독버섯처럼 더 빠르게 자란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언론은 언론 스스로 오보를 생산하는 현실에 주목하고 이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짜 뉴스’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 주장의 근저에는 언론이 생산하는 기사는 정말 진실하냐는 의문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언론의 오보가 그 언론만이 아니라 ‘언론’이라는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언론 오보를 줄이거나, 언론이 언론답게 기능하려면 오보를 생산할 가능성을 높이는 언론의 현실을 개선하려 노력해야 한다. 사실 검증 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수많은 언론이 존재하는 현실이 문제다. 작은 언론은 그런 여력이 없다. 그러면 큰 언론은? 일선기자에서 편집국장에 이르는 관행적 기사 검토 절차가 사실검증 체계라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다. 취재 보도 과정에 미처 사실 확인이 되지 않거나, 종합적으로 진실에 부합하지 않으면 많은 노력을 들였어도 기사를 내보내지 않겠다는 언론 내부의 ‘문화’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기사 생산능력에 비해 더 많은 기사를 생산할 것을 요구받는 포털 유통 시스템은 더욱 큰 외부 요인이다. 모래알처럼 많은 기사들 속에서 주목받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기사를 내보내야 하는 언론의 현실이 문제의 근원일 수 있다.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든 기존 언론의 밖에서 생산 유통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허위조작정보를 언론이 스스로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언론의 수가 거의 1만개에 육박하는 지금의 현실 속에서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생산되는 오보의 수도 많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개인이 언론을 상대로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은 개인의 권리 의식 향상 탓도 있지만 언론의 오보가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언론의 잘못된 행태도 언론의 신뢰를 갉아 먹는다. 일부 언론은 언론을 사유화해 언론의 영향력을 사주의 이해관계를 옹호하는 데 사용한다. 더 나아가 ‘정치’하는 언론도 존재한다. 진실 전달보다는 자신들의 주장에 맞는 ‘사실’만을 전달하는 언론의 행태는 개별 언론사의 충성 수용자층은 굳건히 할지 모르지만, 매번 언론에서 수용자의 이탈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런 언론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의 하나로 언론의 상호 비평 부활을 제안하고자 한다. 최근 김해신공항 포기를 정치적인 문제로 오도하는 일부 언론에 부산 지역의 언론들이 반발했다고 한다. 지역의 현실과 의미를 더 잘 알 수 있는 지역 언론이 ‘정치’하는 언론의 왜곡 보도를 비판한 것이다. 언론이 스스로 생태계를 붕괴시키기 전에 이와 같이 언론 내부에서 상호 비평하는 자성의 노력이 필요하다. 내외부의 기고나 기사를 통해 간헐적으로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있기는 하지만 언론의 조직적인 취재력을 통해 진실에 기반을 둔 정기적인 언론 비평은 언론의 경각심을 더욱 촉구하고 건전한 언론 생태계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언론도 감시 대상이 되면 불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성찰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고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자.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 융합자율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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