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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난지원금은 누구에게 주어져야 하는가. 재난지원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게 맞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다.
재난지원금은 지금까지 4차례 집행됐다. 논란은 1차와 이번에 집행될 5차 지원금이다. 2~4차는 자영업자를 비롯한 피해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논란이 되지 않았다. 1차 재난지원금 대상은 당초 하위 50%였다. 그런데 70%로 바뀌더니 마지막에는 전 국민이 되었다. 피해자와 저소득층 지원금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바뀐 것이다. 시기적으로 선거를 코앞에 둔 게 크게 작용했다. 고소득자들에게 지원금의 자발적 기부를 호소했으나 순진한 발상이었다. 재난지원금 기부는 미미했다.
이번 5차 재난지원금 지급에서도 같은 논란이 반복됐다. 당정은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80%로 정했다. 그러나 소득과 자산 가운데 소득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 하위 80%는 받고 80.1%는 못 받는 것, 1인 가구와 맞벌이부부의 역차별까지 논란이 거셌다. “고소득층은 세금을 더 많이 낸다. 고소득층은 국민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논란의 끝은 언제나 같았다. 모두에게 주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대표는 12일 영세자영업자들에게 보상을 두껍게 해주고 전 국민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주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게 맞는가. 헌법 제2조 3항을 보자.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가 코로나19라는 사태를 맞아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자영업자의 영업시간을 제한했다면 그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국민이 피해보상의 대상은 아니다.
그런데 논점이 흐려진 것은 재난지원금 대상을 정하는 과정에 ‘피해계층을 위한 지원’과 ‘기본소득 성격의 보편지급’이 뒤섞이면서다. 재난지원금은 ‘사회구성원이 실업이나 질병, 은퇴, 산재, 출산 등으로 사회적 위험에 처했을 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회보장 원리에 따라 지급돼야 한다. 단지 사회구성원이라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는(기본소득) 방식으로 재난지원금이 쓰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나 취약계층이 아닌 사람을 ‘원칙 없이’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고 이를 고무줄처럼 늘리면서 ‘선별복지’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주는 것의 경제적 효과도 의문이다. 정부는 현금 지급을 재정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금이 풀리면서 소비가 늘어나고 경제부양의 효과로 나타나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1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이 풀린 지난해 2분기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67.7%로 전년 동기 대비 2.5%포인트 떨어졌다. 현금 지급은 미국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올해 초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 국민을 상대로 한 현금 지급에 대해 석학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미국 민주당 성향의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은 “개인 현금 지급을 늘리는 것이 가계지출을 확대하지 못할 것”이라며 현금 살포를 통한 경기부양책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문제는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로 귀결된다. 한국의 국가부채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자금을 무제한으로 동원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주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고 일주일째 네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4단계 방역조치를 내렸다. 자영업자들은 이를 사(死)단계라고 말한다. 죽을 만큼 힘들다고 한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이어 더욱 강력한 감마 변이 바이러스까지 출현했다. 셧다운에 준하는 조치가 얼마나 더 내려질지 모른다. 앞으로도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모두가 재난지원금을 받기 원한다. 그러나 돈은 두 곳 중 하나에서 나온다. 영세자영업자나 취약계층에게 돌아가야 할 생존자금이나 미래세대의 호주머니다. 재난지원금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선심성으로 주는 ‘작은 성의’가 아니다. 그건 국가의 규제로 인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가야 할 손실보상금이다. 최악인 것은 재원은 부족한데 자영업자 손실보상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모두 두껍게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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