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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지난 17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의 설립 필증을 교부했다. 지난해 5월 노조 설립 신청 후 428일 만이고, 멀리는 2007년 대구에서 대리운전노조가 첫 출범한 뒤 13년 만에 전국노조가 닻을 올렸다. 그간 12개 광역시·도가 지역 내 노조 설립을 인가했고, 고용노동청이 단체행동을 허용했고, “노동자가 맞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중앙정부의 최종 결정이 나온 것이다. 노동법 보호 밖에 있던 특수고용(특고)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가 확장되는 전기가 될 수 있다. 늦었지만, 플랫폼노동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시대적 상황이 수용된 바람직한 결정이다.

다른 특고노동자들처럼 대리운전 노동자도 노동3권을 제약받아왔다. 정해진 일터·시급·노동시간이 없고, 연차·유급휴가·퇴직금도 없다. 소속사의 플랫폼에 묶여 일감 단위로 지시받아 일하지만 개인사업자로 취급돼 노동자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대리운전 전국노조 설립이 정부에서 반려·지체되는 사이 현장에선 소속사들이 고율의 수수료나 보험료·프로그램비를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노조 가입자를 홀대·압박하는 일도 벌어졌다. 전국단위 노조 출범은 노동자 대표가 플랫폼업체들과 노동조건을 교섭하고, 표준계약서를 만들고, 부당노동행위에도 맞설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특고노동자의 전국노조가 출범한 것은 2017년 말 택배노조에 이어 대리운전이 두번째다. 대리운전노조 설립이 주목받는 것은 그 길을 걷는 특고노동자가 많은 데도 있다. 배달노동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이 전국단위 노조에 앞서 서울시에서 먼저 설립 필증을 받았고, 학교로부터 관리·감독·지시를 받는 방과후강사나 보험설계사 노조도 설립 절차를 밟고 있다. 특고노동자 노동권을 전향적으로 확대하라는 국가인권위와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는 아직껏 걸음마 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특고·플랫폼 노동자는 숫자나 업종이 확대일로지만 정부 공식 통계조차 없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의 국세청 사업소득세 분석에선 2014년 400만여명이던 ‘자영업형 노동자’가 2018년 613만여명으로 4년 새 53%나 급증한 것으로 포착됐다. 물품 배달과 퀵서비스는 2배로 늘고, 대리운전 증가율도 50%에 육박했다. 노동기본권도 보호받지 못하는 특고·프리랜서 노동자 팽창세를 숫자로 재확인한 것일 수 있다. 정부가 취업자 절반이 미가입된 전국민고용보험제도의 물꼬를 특고노동자부터 트려하고 있다. 그에 앞서 해야 할 게 있다. 특고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바꾸고 사회적 교섭력을 높일 수 있는 ‘노조 할 권리’부터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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