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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상임위원장 일부를 단독 선출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15일 전체 18개 상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안을 본회의에 부의했고,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표결을 강행했다. 박 의장이 예고한 협상 시한에 맞춰 민주당 몫 상임위원장 일부를 먼저 선출한 것이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의회 독재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고 반발했다.
원구성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민주당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국회법이 정한 원구성 시한이 1주일이나 지났고, 여야 어느 쪽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 게다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국회가 해야 할 시급한 일도 적지 않다. 국난 극복이 상임위원장 타협보다 중요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여야의 충돌은 불가피해졌다. 시작부터 협치가 실종된 21대 국회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원구성 파행은 법사위원장 자리 때문이다. 통합당은 법사위는 거대여당 견제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며, 법사위원장은 제1야당이 맡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악용하면 당리당략으로 법안 통과를 저지해 ‘식물국회’를 만들 수도 있다. 20대 하반기 국회에서 통합당이 그랬다. 반성도 없이 관례만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사위를 여당 견제용으로 쓰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제시한 11 대 7 상임위 배분안을 의원총회에서 거부했다. 이후 협상에서는 대안을 내놓지도 않았다. 뜻대로 안 되면 차라리 짓밟히겠다는 것이다. 타협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민주당 역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없애는 ‘일하는 국회법’을 1호 법안으로 예고했다. ‘법사위 갑질’을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위원장 자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힘센 여당이 먼저 야당의 주장에 귀기울일 때 협치가 가능해진다. 177석의 의석수에 어울리지 않는 빈약한 정치력이 아쉽다.
불편하고 힘들어도 대화로 접점을 찾는 게 정치다. ‘죽기 아니면 살기’식 대결정치는 해답이 아니다. 통합당은 국회 보이콧 등 강경투쟁을 자제해야 한다. 여야 모두 지난 4·15 총선 민심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협치하겠다” “달라지겠다”는 약속이 헛구호가 되어선 안 된다. 첫 단추는 이미 잘못 끼워졌지만 여야는 다시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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