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젊은 정치가 이준석의 등장은 많은 해석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성세대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내가 왜 당신들이 만든 질서에 예속되어야만 하는가, 젊은 세대는 왜 마리오네트로 살아가야만 하는가라는 물음이다. 그가 신자유주의의 첨병이라는 점, 자본의 최고 수혜자라는 점은 부차적인 이미지에 불과하다. ‘언제나 옳다’는 젊음을 대변하는 그 역동성이 신물나는 기성 정치판을 해체시키기를 기대하는 심리도 한몫했다.

인공지능(AI) 로봇의 특이점이 온다면, 그 출발은 ‘나는 누구인가. 왜 여기에 있는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존재자의 문제의식에서 보자면, 무제약적인 존재로부터 독립적인 존재자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다. 파편화된 인간이 다시 이 존재의 대해로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지적 전통도 과연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인가. 왜라는 질문은 인류 문명의 추동력임을 새삼 확인한다. 4세 때 이미 “하늘 너머에 무엇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 주자는 인간의 본성인 성(性)과 우주의 법칙인 리(理)를 추구하여 성리학을 구축했다.

나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한다. “여러분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아무도 손들지 않는다. 단호하게 질문한다. “그렇다면, 왜 여기에 앉아 있는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온 세상을 돌아다녀야 정상이 아닌가.” 많은 사람들은 인간 존재의 의미를 풀려고 하지 않는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말하듯 던져진 존재로서 자유의지를 발휘하기보다는 기존 질서의 그물에 포획된 채로 살아가기를 원한다.

‘왜’라는 의문은 정신문명의 동력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젊은 세대
왜라는 질문으로 기존 질서 부정
사회의 모든 부조리도 해체하고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야

중국의 남쪽지방에서 온 청년 혜능은 홍인선사의 문하생이 되기를 청했다. 홍인선사가 “영남 사람은 불성이 없는데 어찌 성불할 수 있겠는가”라고 묻자, 혜능은 단번에 “사람은 남북이 있겠지만 불성에 어찌 남북이 있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이 한마디가 중국불교의 꽃인 선종 역사의 마르지 않는 샘이 되었다. ‘질문의 서(書)’인 <벽암록> 제7칙에는 “무엇이 부처인가”라는 혜초 스님의 질문에 법안선사는 “그대는 혜초다”라고 답한다. 부처가 따로 있지 않고, 묻는 그대 자신이 바로 부처라는 말이다.

종교의 대가들은 의문을 주고받음으로써 진리에 도달했다. 화두, 즉 의문이 나 자신과 우주 전체를 집어삼키는 의단(疑團·마음속의 늘 풀리지 않는 의문)의 극점에 이르렀을 때 깨달음을 얻는다. 권력이든 물질이든 어디에도 집착함이 없는 무아(無我)가 확립된 삶의 진실을 획득한다. 묻는 자가 입구라면, 출구 또한 묻는 자에게 있다. 인간의 위대함은 ‘왜’라는 질문에 있다.

젊은 공당 대표가 천안함 유족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눈물을 흘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을 보면 훈련 중 경계에 실패해 수많은 병사가 죽었는데 지휘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상식을 뒤엎는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을까. 그도 왜라는 질문을 품고 있을까. 일상으로 내려오면 그 질문은 본질의 문제가 된다. 군대 내 성추행 사건은 왜 끊이지 않고 일어날까.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에 문제는 늘 발생한다. 그러나 속성상 힘을 내세우는 조직이라는 생각에 여성은 부차적 존재로 보는 것일까. 살육이 목적인 군대는 필요악일 뿐 존재 자체가 모순인 집단 아닌가. 왜라는 질문이 사라진 사회에서는 야만성이 더욱 극성을 부린다.

실종된 왜라는 질문을 되찾아야 한다. 이 반역의 언어는 인류의 무지를 일깨웠다. 마르크스가 인간은 왜 자신이 행한 노동의 주인이 될 수 없는가를 고민한 것에서부터 자본을 둘러싼 먹이사슬은 왜 생목숨이 죽어나가도 여전히 자기 폭주를 즐기고 있는가에 이르기까지 왜라는 질문으로 무도한 현실에 저항하여 애초부터 걸림 없는 삶의 야생성을 회복해야 한다. 의문을 던지는 사람이야말로 나이를 초월한 진정한 젊은이다.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