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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설이 불거진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장제원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오찬을 한 뒤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형과 아우는 2촌(寸)의 혈족관계다. 부부(무촌)·부자(1촌) 다음으로 가까운 거리다. 그 형제의 색깔은 여럿이다. KBS 사극 <태종 이방원>의 형제는 서로 죽고 죽인 핏빛이다. 조선 명종을 수렴청정한 문정왕후의 남동생 윤원로·윤원형의 운명도 비슷하다. 끝에는 권력을 독차지하려 다툰 형제였다. 그러나 세상엔 피를 나누지 않은 끈끈한 형제도 많다. 한날한시에 죽기로 한 삼국지·수호지 의형제들이 대표적이다.

형과 아우는 한국정치를 풀이하는 열쇳말이기도 하다. 계파·지연·학연 따라 형·동생이라 부르고, 그렇게 죽고 살자는 사이도 많다. 동교동계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친박계 좌장을 지낸 서청원 전 의원은 ‘맏형’ 소리를 듣는다. 이상득 전 의원은 ‘만사형통(萬事兄通·모든 일은 형으로 통한다)’ 놀림까지 받은 대통령의 힘센 친형으로 꼽힌다. 직선제 대통령 시대에 ‘형님’ 하면 떠오르는 세 얼굴이다.

다시, 여권에 실세 형제가 등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62)과 장제원 의원(55)이다. 15년 넘게 ‘친이명박-비박근혜’ 노선을 걸은 두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을 만든 1등공신이다. 그러나 그 후로는 긴장관계가 됐다. 친윤 공부모임(민들레)을 만드는 장 의원을 권 대행이 제동 걸자, 장 의원은 “한번 형제는 영원한 형제”라며 물러섰다. 이준석 대표 성비위 징계 후에도 권 대행은 직무대행 체제로, 장 의원은 조기전당대회로 갈렸다. 내분설이 일자, 두 사람은 지난 15일 “한 뿌리”라며 오찬을 함께했다. 그리고 사흘 만인 18일, 장 의원이 “여당대표 말이 거칠다”고 직격했다. 권 대행이 강릉 지인의 대통령실 9급 채용을 “(장 의원에게) 압력 넣었다”고 한 말을 겨눈 것이다. 이번엔 권 대행이 “겸허히 수용”했다. 불화·봉합·불화가 이어진 한 달이었다.

이 티격태격은 여권에서도 계속될 걸로 보는 이가 많다. 위기엔 몸을 낮추지만, 정점에서 흩어져온 권력의 속성 탓이다. 미래를 보는 눈이 다른 두 사람은 이준석 대표의 경찰 수사 발표 후 다시 부딪칠 수 있다. 정치에서 의리는 아름다울 때도 있고, 거품이나 파국으로 끝날 때도 있었다. 때 이르게 권력을 과점한 ‘친윤 브러더스’의 끝이 궁금해진다.

 

이기수 논설위원


 

오피니언 |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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