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법원은 세월호 참사 때 시국선언을 한 교사 32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국민적 슬픔과 정권에 대한 실망이 컸다는 사정을 고려해도 공무원들의 집단 행위는 유죄라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이 대기발령됐다. 회의에 참석한 총경 50여명도 감찰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집단 행위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 공무원이 있다. 검사들이다. 지난 4월18일 전국의 고검장 6명은 대검청사에서 긴급회의를 연 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집단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다음날엔 부장검사들과 일선 평검사까지 긴급회의를 열고 총궐기하다시피 하며 위력을 과시했다. 2020년 12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할 때도 그랬다. 검사들의 집단적 의사 표시는 거의 상습적이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 인적 청산 발언과 2005년과 2011년 검경 수사권 조정, 2012년 대검 중수부 폐지 방침 때도 검사들은 지역·직급별로 회의를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검찰 내에서도 집단 행위는 검사에게만 허용된다. 내부 통신망에 공무원 노조 결성을 독려하는 글을 올린 검찰 수사관은 직위해제를 당했다.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시민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그 권리는 검사뿐 아니라 경찰과 교사도 똑같이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류 총경 등에 대한 징계절차에 들어갔다.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했다고 보는 것이다. 경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공무 외의 일인가. 그렇다면 한동훈 법무장관은 2020년 12월과 올해 4월 집단 행위를 한 검사들에 대한 감찰과 징계, 기소도 함께 진행해야 형평이 맞다.
검사들의 집단 행위에는 눈감으면서 총경들을 처벌하겠다는 것은 모순이자 이중잣대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정의’ ‘법치’를 내세우고 집권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