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라는 말이 있다.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이 살을 뺀 뒤 다른 사람이 됐다는 뉴스들이 종종 들린다.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며 ‘아, 옛날이여’를 외치는 뱃살 두둑한 중년층은 이런 뉴스에 자극받는 경우가 많다. 점심시간 산책을 하거나, 헬스클럽을 찾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걷기 운동을 하는 직장인들을 일컫는 ‘워런치족’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워킹(Walking)과 점심(Lunch)의 합성어다.
하지만 감량의 기쁨은 오래 가지 못한다. 체중 유지에 실패해 이전으로 돌아가거나 더 살이 찌는 ‘요요현상’을 겪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켈리 D 브라우넬 미국 예일대 비만센터 소장은 장난감 요요가 위아래로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것에서 요요현상이라는 표현을 착안했다. 강하게 튕길수록 반동이 큰 요요처럼, 급격하게 뺀 살은 더 찌게 마련이라는 점에서 정곡을 찌른 비유이다. 다이어트를 한 사람 중 95%가 5년 안에, 99%가 10년 안에 체중 유지에 실패한다는 미 스탠퍼드대의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국민의힘 상황을 요요현상에 빗댄 풍자가 회자되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최근 KBS 라디오에 출연, “조금 살이 빠졌다 해서 갑자기 또 옛날 식습관으로 돌아가면 요요 정도가 아니라 더 찐다. 지금 시점에서 저는 요요가 집단으로 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4·7 보궐선거 승리에 취해 과거로 역행하는 국민의힘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발단은 서병수 의원이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며 사면 건의를 넘어 탄핵을 부정한 것이다. 이후 박씨 사면론 제기에 영남 출신 인사들이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 유력주자로 부상하는 등 급속도록 ‘도로 영남당’이 되고 있다.
요요현상의 폐해는 단순히 도로 살이 찌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 등 건강 지표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 심장질환 위험까지 높아진다. 국민의힘이 지난 재·보선에서 제 실력이 아니라 여권의 실책 덕분에 압승했다. 국민의힘이 벌써 그것을 잊고 열심히 운동을 하기는커녕 ‘영남 편식’으로 배를 불리는 것을 보면 요요현상이 무섭긴 무섭다.
이용욱 논설위원 woody@kyunghyang.com
오피니언 여적 - 경향신문
news.khan.co.kr
'정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준만의 화이부동]다시 문제는 싸가지다 (0) | 2021.04.28 |
---|---|
[김민아 칼럼]이재명과 윤석열의 ‘청년’ ‘공정’은? (0) | 2021.04.27 |
[김호기 칼럼]4·7 재·보선과 2022년 대선 (0) | 2021.04.20 |
[아침을 열며]패배 이후에 오는 것들 (0) | 2021.04.19 |
[이범의 불편한 진실]나경원, 혹은 나경영을 응원하며 (0) | 2021.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