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아 찧는 옥토끼’가 달에 없다는 것을 이젠 어린이들도 안다.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인간의 첫 발자국을 남긴 게 1969년, 지금으로부터 53년 전 일이다. 그사이 선진국들은 우주의 탐사를 넘어 개발에 나섰다. 우주군을 창설해 운용하는 것은 물론, 우주 쓰레기까지 고민해야 할 만큼 우주는 우리 가까이 다가왔다. 하지만 인류에게 우주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다.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궁금한 것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의 달 탐사가 마침내 눈앞에 다가왔다. 23일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궤도선·KPLO) 이름이 대국민 공모를 거쳐 ‘다누리’로 선정됐다. 카이스트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하태현씨가 제안한 ‘다누리’는 ‘달’과 ‘누리다’의 ‘누리’ 합성어다. ‘달을 남김없이 모두 누리고 오기를 바라는 마음’ ‘최초의 달 탐사가 성공적이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름 공모전에는 6만2000여건이 접수됐는데, 지난해 발사한 첫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공모 때보다 6배나 많았다. 그만큼 달, 우주를 향한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다누리는 8월3일 오전(한국시간) 달로 향한다. 일론 머스크의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미국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다. 4개월 반에 걸친 항행 후 12월쯤 달 상공 100㎞ 위의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탐사선의 무게를 줄이지 못해 먼 궤도를 돈다고 한다. 이후 탑재한 6개의 첨단 장비를 이용해 1년간 달 표면 탐사 등 각종 연구·실험을 진행한다. 임무에는 달에 설치할 기지 후보지 탐색도 들어 있다. 국제 유인 달 탐사프로젝트 ‘아르테미스’는 2028년 달에 인력이 상주하는 달 기지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한국은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참여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 인도, 일본 등이 달 착륙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도 2031년 첫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 착륙선은 국내 개발한 차세대 발사체에 실어서 보낸다. 이를 위해 다음달에는 국내 발사체 ‘누리호’의 2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올여름 밤하늘을 쳐다볼 일이 많아졌다. 치열한 국제적 경쟁 속에 연이은 우주 진출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기원한다.
도재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