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섹시 아이콘’으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 매릴린 먼로를 세상 밖으로 이끈 것은 군수공장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4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라디오플레인’ 노동자 18세 먼로가 소형 무인비행기를 들고 포즈를 취한 게 커리어의 시작이었다. 주당 20달러를 받고 하루 10시간씩 일했던 먼로가 도색과 조립 작업을 했던 ‘OQ-2’는 요즘 드론의 할아버지쯤 되는 무인비행기다.
발명품 상당수가 군사용에서 비롯된 것처럼 드론도 처음엔 대공포로 상대 전투기를 격추시키기 위한 ‘표적 비행기’ 용도였다. 이후 각종 무기를 장착하면서 치명적인 살상무기로 진화했다. 미국은 네바다 공군기지에서 지구 반대편 표적을 찾아낸 뒤 드론을 이용해 전자게임하듯 제거한다. 영국의 비영리 탐사보도매체 ‘탐사보도국(The Bureau of Investigative Journalism)’ 집계를 보면 미국은 2002년부터 예멘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소말리아 등지에서 14만여회의 드론 공격으로 최소 8858명, 최대 1만6901명을 사살했다. 이 중에는 민간인도 수천명 포함돼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탱크를 우크라이나 드론이 공격해 파괴하는 등 현대전에서 드론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무기가 됐다.

드론은 일상생활에서도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 강원 영월군이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함께 국내 처음으로 드론 배달을 상용화한다고 6일 밝혔다. ‘오아시스글램핑장’ 이용자라면 3.6㎞ 떨어진 ‘CU영월주공점’에서 8일부터 드론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매주 금·토요일 오후 3~8시 최대 5㎏의 물품을 무료 배송한다. 대당 4000만원짜리 국산 드론 2대가 투입돼 한 시간에 두 차례씩 배달한다. 세븐일레븐도 경기 가평군에 ‘드론 스테이션’ 점포를 열어 인근 펜션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드론 배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물품 배송에서 더 나아가 드론은 사람을 실어나르는 ‘에어 택시’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3년 내 ‘도심항공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UAM은 최대 시속 320㎞로 경기도 용인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15분에 갈 수 있다고 한다.
안호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