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1월15일 뉴욕 라과디아 공항 활주로를 날아오른 US 에어웨이즈 1549편 에어버스 A320 여객기는 이륙 2분 만에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 날아든 새 떼가 엔진 속으로 들어가는,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였다. 엔진 2개가 동시에 멈추면서 비행기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고도가 낮아 회항도, 인근 공항 착륙도 불가능한 절체절명의 위기. 체슬리 ‘설리’ 설렌버거 기장이 결단을 내리고 관제탑에 통보했다. “허드슨강으로 간다.” 기체는 겨우 균형을 유지하며 강에 미끄러지듯 내려앉았고, 승객·승무원 155명이 전원 생존했다. 2016년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실화다. 항공기 사고 시 조종사의 침착한 대처가 중요함을 보여준 사례다.
2010년 4월13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를 떠난 캐세이퍼시픽 780편 에어버스 A330 비행기 역시 엔진 2개가 고장난 상황에서 홍콩 첵랍콕 공항에 비상착륙해 승객·승무원 322명의 목숨을 구했다. 사고기는 활주로 끝 309m를 남기고 극적으로 멈춰섰다. 이 비행기의 기장과 부기장은 항공 사고 때 뛰어난 활약을 펼친 조종사 등에게 주는 폴라리스상을 받았다.
지난 9일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을 떠나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KE9956편 A330기가 이륙 후 1시간30여분 만에 기체 이상이 감지되며 아제르바이잔 바쿠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엔진 중 하나에서 고장이 나면서 진동과 불꽃이 튀었다고 한다. 비상착륙에 성공해 안착할 때까지 2시간 동안 승객 215명이 느낀 공포와 불안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구명조끼를 입은 채 손 모아 기도하는가 하면 스마트폰에 유서를 적었다고 한다. 기장은 “안전한 상태로 운항 중”이라고 잇따라 방송하며 승객들을 안심시켰다. 대한항공 측은 엔진 1개가 고장나도 3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하다며, 대응 절차에 따라 2시간 내에 착륙한 것이라고 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안전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사고 건수가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왕래가 줄어 48건에 머물렀지만 이전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2019년 114건에 달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30년간 380여명이 사망하고 450여명이 다쳤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게 안전 점검이고, 비상 매뉴얼 챙기기다.
차준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