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나무가 곧고도 높게 자라는 것은 마디 덕분이다. 강풍에 쓰러지지 않는 강건함도 마디에서 나온다. 대나무는 스스로 한번씩 성장점이 있는 마디를 맺음으로써 하늘 높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스님들은 참선수행 도중에 한번씩 일어나 포행이라는 걷기를 한다. 더 치열한 수행을 위해 중요한 일이다. 대나무의 마디, 스님의 포행은 성장과 성숙을 위한 잠깐의 쉼, 재충전이다.
방탄소년단(BTS)이 그룹 활동 잠정 중단을 15일 공식 선언했다. 단체로서의 활동은 잠시 접고 7명이 개별 활동을 하는 것이다. 2013년 6월13일 데뷔 이후 9년 만이다. BTS는 그동안 한류의 핵심 동력인 K팝의 대표주자로 세계 대중음악계를 이끌었다. 음악과 퍼포먼스로 국적과 인종·성별·종교를 넘어 동시대 젊은이들의 공감을 불렀다. 특유의 소통 능력으로 팬클럽 ‘아미’를 중심으로 한 열정적 팬덤도 구축했다. 희망의 메시지로 국내외 청소년들을 위로하고 자존감을 고취시키는 등 ‘선한 영향력’도 발휘했다. 특히 아시아계·흑인 등 약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며 “다름을 인정하자”고 호소해 깊은 울림을 남겼다.
한순간도 주목받지 않는 시간이 없는 생활과 자리의 무게는 버거웠다. 9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오면서 정신적·육체적 피로는 쌓였다. 창작의 고통을 해소하고 개인 정체성을 다잡을 틈도 없다. 그룹을 넘어 개인의 음악적 역량을 마음껏 쏟아내기도 힘들다. 군에 입대할 시기도 다가왔다. 그들이 말하지 못한 힘든 속내는 유튜브 영상 ‘찐 방탄회식’에서 잘 드러난다. “쉬고 싶다고 하면 죄를 짓는 것 같다”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다”…. 멤버들은 아미를 언급하며 눈물을 머금었다. 그러면서 “각자 시간을 갖고 한 단계 성장해 돌아올 것”을 다짐했다.
전 세계 아미들은 대중에게는 즐거움을 안기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돌보지 못했다는 BTS 멤버들의 토로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모두가 아쉬워하면서도 하나같이 “기다리겠다”며 응원했다. 사람에겐 일하는 것만큼 쉬는 것도 중요하다. BTS에게도 대나무 마디처럼 더 큰 성장을 위한 쉼이 필요하다. BTS의 외침을 따라해본다. ‘아포 방포!’(아미 포에버, 방탄소년단 포에버).
도재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