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대선이 한창 정점으로 치닫던 2월20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끝까지 완주하겠다며 거리유세에 나섰지만, 기자들은 여전히 단일화에 대해서만 질문했다. 결렬을 분명히 선언한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도 했다. 안 후보는 “사람들은 선거할 때마다 (내가) 도중에 그만뒀고, 철수했다고 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매번 ‘철수’한다는 왜곡된 이미지가 덧씌워졌을 뿐,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양보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철수’는 진정한 철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을 불과 엿새 앞두고 안 후보는 가장 극적인 ‘철수 드라마’를 만들었다. 항간에서는 이를 두고 4번째 철수라고 했는데, 역대 철수 중 가장 강력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윤 후보는 ‘철수’가 아니라 ‘진격’이라고 미화했지만, 재외국민투표가 종료되고 투표용지까지 인쇄된 후라 ‘완벽한 철수’ 모양새를 갖췄다. 단일화 역풍 속에 무효표(30만표)보다 적은 24만표 차의 윤 후보 당선으로 안 후보는 철수한 효과를 연출했다. 공동정부의 인수위원장이 된 것은 물론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로 거론됐다. 철수의 전리품을 챙긴 셈이다. 그런 안 위원장이 30일 국무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인수위원장직에 전념한 후 당으로 돌아간다며 지방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안 위원장이 총리를 고사한 이유나 향후 구상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당대표직 도전을 묻는 질문에 “당장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임기가 내년까지라고 했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로 들어간다며 3당 합당을 결심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떠올렸을까. 하지만 총리직을 고사한 직후 안랩 주가가 급락했다. 언론들은 ‘총리 철수’에 따른 실망 매물 탓으로 분석했다.
정치인의 이름이 상징화되는 것은 드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7년 대선에서 ‘평민은 평민당, 대중은 김대중’이라는 선거표어를 사용한 것이 대표적인데, 안 위원장의 정치적 행위에는 늘 ‘철수’가 따라다닌다. ‘철수’가 아닌 ‘안(no)철수’라고 해도 시민들이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것은 시민이 아니라 정치인 자신의 문제이다.
윤호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