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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우주마저 인간의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군사적 우위를 선점하려는 강대국들의 전쟁터가 되려나. 한때 우주는 신화와 전설, 숱한 이야기의 화수분이었다. 태양과 달,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은 신비로웠고 끝없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저마다의 꿈을 꾸게 했다. 여전히 동경과 외경심의 대상이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러시아가 자국의 첩보용 인공위성인 ‘첼리나-D’를 미사일로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지구 밖 우주 공간의 물체를 지상에서 미사일로 정확히 타격해 파괴시킨 것이다. 러시아의 이 발표는 그동안 조심스럽게 거론돼온 강대국들 간 ‘우주 전쟁’ 가능성을 드러낸다. 미국·영국 등은 즉각 우주 군비경쟁을 부추긴다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사실 위성의 미사일 요격은 이미 미국, 중국, 인도 등도 성공했다. 우주 공간의 군사적 이점과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각국이 군사적 우위 확보를 위한 전투를 벌이는 셈이다. 미국은 2019년 우주군을 창설해 운용 중이고, 중국과 러시아·인도·일본·스페인 등도 관련 부대나 전담기구가 있다. 평화적 이용 대상인 우주가 물리적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을 뿐 전장이 됐다.
이번 위성 요격은 우주 쓰레기 문제도 새삼 부각시켰다. 파괴된 위성의 파편들은 하강해 불타 없어질 때까지 우주를 떠도는 우주 쓰레기가 된다. 우주 쓰레기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위성, 각종 우주 활동 등의 안전을 위협한다. 실제 러시아 위성 파편이 ISS에 접근하면서 ISS에 있던 우주인들이 도킹해 있던 우주선으로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유럽우주국(ESA)과 미 항공우주국(NASA) 등에 따르면, 지구 주위를 도는 우주 쓰레기는 수억개에 9600t이 넘는다. 위성을 파괴하는 크기의 쓰레기만도 2만6000여개, 우주선을 훼손할 수 있는 자갈 크기 이상은 50만여개에 이른다.
지구의 땅과 바다에 쓰레기가 쌓여 생태계를 파괴하듯 이젠 우주에도 쓰레기가 점점 쌓이고 있다.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안건으로 언급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인류의 대응은 기후변화 대책처럼 그저 지지부진하다. 과연 인류는 자신의 똥을 스스로 치울 수 있을까.
도재기 논설위원
오피니언 | 여적 - 경향신문
하늘을 나는 택시, 볼로콥터 시험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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