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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순간’. 드라마 제목 같은 이 말이 12일 정치권에 회자됐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라디오에 출연, 윤석열 검찰총장을 거명하며 “지금 ‘별의 순간’이 보일 것”이라고 하면서다. 김 위원장이 대권 도전의 기회를 ‘별의 순간’에 비유한 것이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별의 순간’을 바라지만 그 순간을 경험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정치권 밖에 있는 윤 총장에게 별의 순간이 보인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애초 윤 총장은 별의 순간에 큰 관심이 없었다. 스스로 정치에 소질도 없고, 할 의사도 없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등 그의 행보는 검사의 ‘칼잡이’ 본능, 검찰개혁에 맞서려는 검찰의 집단이기주의 등에서 비롯됐을 터다. 그런 윤 총장에게 여권이 별의 순간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안겼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명분 삼아 윤석열 찍어내기에 몰두했고, 범여권인 열린민주당은 ‘윤석열 출마방지법’까지 발의했다. 여권이 때릴수록 그의 존재감만 부각됐다.
저절로 커버린 윤 총장에 대한 국민의힘의 구애는 노골적이다. 별을 봐야 한다며, 원한다면 천체망원경까지 주겠다며 매달린다. 김 위원장은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 별의 순간은 한 번밖에 안 온다. 스스로 결심할 거니 내가 구체적으로 얘기는 안 하겠다”고 했다. 알아서 기회를 잡으라고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짐짓 “여권에서 적합한 사람이 없으면 그 사람(윤 총장)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여권이 적폐로 몰아붙인 윤 총장을 후보로 세우는 것은 상식 밖이다.
문제는 ‘정치인 윤석열’의 경쟁력이다. 윤 총장은 이만하면 공세에 단련됐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 들어서는 순간 그가 받아내야 할 공격과 검증의 강도는 이전과 비할 수 없다. 실제 고건 전 국무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정치 공세에 환멸을 느끼고 별의 순간을 포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011년 정치권 입문 때 별의 순간을 경험했지만, 진보·보수를 넘나들다 ‘새 정치’의 밑천을 다 날렸다. 윤 총장이 최후에 별의 순간을 맞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정치권에 들어서는 순간 윤 총장의 시야를 가리는 온갖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용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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