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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다시 통치하는 이슬람 무장 정치조직인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로 이슬람 율법 학자 출신인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AFP/연합뉴스

‘샤리아’는 이슬람교 신자들이 따르는 이슬람 율법을 말한다. ‘신을 따르는 인간의 길’이란 뜻처럼 종교생활은 물론 일상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는 법체계다. 다른 종교의 율법들처럼 샤리아도 시대에 따라 변화했다. 치열한 논쟁 등을 통해 재해석되고, 현실 적용에 있어서는 수정과 보완이 이뤄졌다. 일부 조항은 유명무실해지기도 했다. 알라(하느님)를 따르는 신자로서의 도덕적 의무 등은 여전하지만, 실정법으로는 현대사회에 어울리는 형태로 여러 국가에서 작동 중이다.

하지만 여느 종교의 근본주의자들처럼 소수의 이슬람 극단·근본주의자들은 샤리아의 현대적 적용을 거부한다. 공개적 참수형, 돌팔매질, 태형 등 전근대적 처벌 조항들까지도 신봉한다.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 정치조직 탈레반이 대표적이다. 탈레반은 1996~2001년 통치기간 동안 샤리아의 극단적 적용으로 국제적 비판을 불렀다. 여학생들의 교육과 여성의 사회활동을 금지하고 부르카의 착용을 의무화한 것은 물론 공개 처형과 돌팔매질·신체 절단도 자행했다.

아프간을 20년 만에 재장악한 탈레반이 새 정부를 출범시킨다. 3일 카불의 대통령궁에선 기념식 준비가 진행되고, 내각 명단도 확정됐다고 전해졌다. 새 통치 체제는 종교적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하고 그 휘하에 대통령 등이 있는 ‘이란식 신정일치(神政一致) 체제’가 유력하다. 탈레반의 최고지도자는 하이바툴라 아쿤자다다.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은둔의 지도자’다. 1961년생으로 2016년부터 탈레반을 이끌어온 그는 이란의 종교적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처럼 영적 최고지도자로 역할을 할 것이다.

재집권한 탈레반은 “개방적이고 포용적 국가”를 공언하면서도 “샤리아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탈레반이 과거처럼 샤리아를 극단적으로 해석·적용할지, 아니면 현대사회에 더 어울리는 샤리아로 거듭날지는 미지수다. 다만 여성과 소수민족의 인권 존중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만이라도 지키기를 기대한다. 신을 따르는 길 위에 서 있는 주민들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덜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 모든 게 샤리아 학자 출신인 아쿤자다에게 달려 있다.

도재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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