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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가 일파만파다. 굴지의 대기업마저 자금난에 허덕이고, 초우량 등급인 한국가스공사 발행채권마저 유찰될 정도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2050억원을 못 갚겠다며 지난달 28일 레고랜드 사업주체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벌어진 일이다. 지방정부가 지급보증했던 우량 채권이 부도나자 시장에 공포가 번졌고, 신용붕괴를 막으려 정부와 한국은행이 최소 50조원을 쏟아붓는 중이다. 시장이 진정되지 않으면 비용이 더 들어갈 수도 있다.
김 지사는 지난 24일 입장문을 내놨으나 궤변 일색이다.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적 없다. 금융사가 임의로 부도처리한 것”이라고 했으나, 금융사 측은 대출연장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010년 성남시장 때 지불유예를 선언한 적이 있다”지만 성남시 채무는 LH·중앙정부와의 거래였던 반면 강원도 채무는 시장 영향이 큰 민간 금융사와의 약속이라 성격이 다르다. 배 째고 드러누울 자리를 살피지 않은 것도 문제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부동산 경착륙 위기감이 높은 와중에 레고랜드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건설업체들은 내년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위기는 부동산 PF에 투자한 금융권과 경제 전체로 전이될 수 있다.
검사 출신인 김 지사가 경제를 알았다면 피했을 이번 일은 전임 최문순 지사에게 레고랜드 사업 책임을 물으려다 벌어졌다는 해석이 많다. 중도 공사터에서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되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덮치며 2010년 사업 추진 이래 바람 잘 날 없었다. 김 지사는 2019년 춘천 지역 국회의원이었을 당시 “사업이 실패하면 최문순 책임”이라 압박한 바 있다.
파문이 커지자 베트남 출장 중이던 김 지사는 27일 조기 귀국하고, 강원도는 보증채무 2050억원 전액을 올해 안에 갚겠다고 발표했다. 재정이 충분한데 불과 한 달 전엔 못 갚겠다고 했던 것인가. 춘천시는 채무보증 금리가 최근 5%대에서 13%로 뛰었다고 한다. 제대로 책임지는 이가 없다면 잃은 신뢰를 되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사태는 ‘레고랜드 사태’가 아니라 ‘김진태 사태’다. 김 지사가 사퇴하는 게 옳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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