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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학살’이란 말이 정가에 나돈 것은 2000년부터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계파 보스(김윤환·이기택·신상우)와 현역의원 43명을 16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새 피 수혈로 치장된 3김(金) 시대를 지나 이 총재가 빼든 거물급 낙천은 숫자와 충격파가 커 학살로 칭한 것이다. 또 한 번의 대권 도전을 위한 이 총재의 당권 강화 포석이었다.
그로부터 보수정당의 총선은 공천 몸살이 컸다. 2008년 친이명박계의 친박근혜계(김무성·서청원·홍사덕) 낙천, 2016년 친박계의 비박계(유승민·이재오) 낙천, 2020년 친황교안계의 잠룡(홍준표·김태호) 낙천 파장이 이어졌다. 2008년 박근혜 전 대표는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저항했고, 2016년엔 이한구의 ‘진박 감별’과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이 뉴스를 쏟아냈다. 민주당 쪽에선 2016년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친노친문계 이해찬·노영민 공천을 배제했고, 2008년엔 박지원·김홍업·이용희를 낙천시킨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저승사자’로 불렸다. 그래도 공천 홍역은 친이·친박·친황으로 주류가 바뀐 보수 쪽에서 더 컸다.
때이르게, 국민의힘에서 당원협의회 입씨름이 시작됐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공석 중인 당협위원장 67명을 공모하겠다고 나선 후폭풍이다. 그 속엔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내정됐다가 이 전 대표 징계로 최고위 의결이 이뤄지지 않은 16곳도 포함됐다. 곧 진행될 전국 235개 당협 당무감사가 끝나면 공모할 당협위원장이 더 늘 수 있다고 한다. 당에선 ‘전당대회 후 새 지도부가 하라’는 이의제기가 나오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6월 친이준석계 정미경 전 최고위원이 성남분당을에 내정됐을 때 “당협 쇼핑”’이라고 몰아붙인 정 비대위원장을 향해 “ 당협대잔치를 열겠다는 거냐”고 되물었다. 친윤석열계가 당협 교체 칼자루를 쥘 수 있다는 비윤계의 경계심이 작동한 셈이다.
당원조직을 관리하는 당협위원장은 전대에서 힘을 쓰고, 총선 공천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당협 정비는 새 피 수혈로 보면 ‘쇄신’이, 권력투쟁이 되면 ‘학살’이 될 수 있다. 그 신경전도 윤핵관·이준석 갈등기에 움튼 성격이 짙다. 당권을 가르는 전대 밑으로 총선과 대선이 흐르고 있다.
<이기수 논설위원 kslee@kyunghyang.com>
오피니언 |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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