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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꽃게가 한창이다. 꽃게 철은 1년에 봄과 가을 두 차례다. 봄에는 알을 품은 암컷의 상품성이 높다. 하지만 산란을 마친 암컷은 이 무렵에는 탈피를 해 상품성이 떨어진다. 반면 수컷은 여름철을 지나면서 탈피를 시작해 가을부터 살이 잔뜩 오른다. 당연히 맛도 좋다.

꽃게는 낮엔 주로 바다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밤에 먹이활동을 한다. 암컷은 어두운 갈색 바탕에 등 뒤쪽에 흰 무늬가 있고, 수컷은 초록빛을 띤 짙은 갈색이다. 그 빛깔은 아무리 봐도 꽃 하고는 거리가 멀다. 생김새도 꽃을 닮지는 않았다. 꽃게의 본래 이름은 ‘곶게’다. 여기서 ‘곶(串)’은 육지에서 바다로 가늘게 뻗은 끝부분을 이르는 말이다. 꽃게도 등 쪽을 보면 양옆으로 가시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이 있다. 이 부위가 마치 ‘곶’처럼 생겼다고 해서 ‘곶게’로 불렸는데, 세월 속에서 이름이 ‘꽃게’로 변해 지금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것이다.

꽃게도 그렇고, 다른 게들도 위험에 처하거나 주변 환경이 바뀌면 입에서 뽀글뽀글 거품을 뿜는다. 마치 사람이 흥분하면 입가에 침이 고이듯이 말이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게거품(을) 물다’다. 사람뿐 아니라 성난 개가 으르렁거리며 잔뜩 물고 있는 것도 ‘게거품’이다. ‘개거품’이란 말은 없다.

‘게’와 관련해 잘못 쓰기 쉬운 말로는 ‘게껍질’과 ‘게껍데기’도 있다.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를 뜻한다. 그래서 ‘사과껍질’이고 ‘귤껍질’이다. 반면 달걀이나 호두 따위처럼 겉이 딱딱한 것에는 ‘껍데기’를 쓴다. ‘껍질’과 ‘껍데기’의 이런 차이를 생각하면 ‘게껍데기’가 바른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게의 등짝을 이르는 말은 따로 있다. ‘게딱지’다. 이때의 ‘딱지’는 “게나 거북 따위의 몸을 싸고 있는 단단한 껍데기”를 뜻한다. ‘게딱지’는 “집이 작고 허술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흔히 ‘개딱지 같은 소리하고 있네’라거나 ‘개딱지만 한 땅 가지고 웬 위세냐’라고 하는 표현에 나오는 ‘개딱지’는 ‘게딱지’를 잘못 쓴 말이다.

엄민용 기자


 

오피니언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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