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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늘 먹는 음식 중에는 전쟁과 관련된 것이 많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중국음식 ‘탕수육’도 전쟁과 연관이 깊은 음식이다. 이 음식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중국의 굴욕이 깔려 있다. 아편전쟁이 끝난 직후인 1842년 청나라와 영국은 강화조약을 맺는다. 홍콩이 150여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은 것도 이 조약 때문이다. 그 무렵 홍콩과 광저우 등지에 많은 영국인이 이주한다. 그러나 이들은 물설고 낯선 곳에서 음식 고생까지 하게 되고, 급기야 중국 측에 항의하기에 이른다. 이에 중국 측에서 육식을 좋아하는 영국인들의 입맛에 맞고 포크로 찍어 먹거나 서투른 젓가락질로도 잘 집어먹을 수 있는 요리를 개발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탕수육이다.

부산의 향토음식으로 통하는 ‘돼지국밥’도 전쟁이 만들어 낸 음식이다. 다른 설이 있기는 하지만, 6·25전쟁 중에 피란생활을 하던 이들이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던 돼지의 부속물로 끓인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돼지국밥과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인 ‘밀면’도 6·25전쟁 때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이북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이 냉면의 재료인 메밀을 구하지 못해 구호품인 밀가루를 이용해 만든 것이 밀면이다.

햄과 소시지 등에 김치·고추장을 넣어 끓여 내는 부대찌개 역시 6·25전쟁 당시 미군부대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처음 만들어 먹은 음식이다. 전쟁이 한창이던 그 시절에 미군부대 근처에서는 소시지와 햄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이를 ‘부대고기’라 불렀다. 여기에 고추장을 풀고 김치를 넣어서 끓이면 느끼한 맛이 사라져 제법 우리 입맛에도 맞았다. 이렇듯 미군의 영향을 받은 부대찌개는 1960년대 미국 대통령이던 린든 존슨의 성을 따서 ‘존슨탕’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편 요즘 식당에 가 보면 ‘부대찌개’를 ‘부대찌게’로 잘못 써 놓은 곳이 더러 있다. 하지만 우리말에서 동사 어간에 ‘-게’가 붙어 명사가 되는 것은 ‘집게’ ‘지게’ ‘뜯게’ 등 몇 가지밖에 없다. 대부분은 ‘-개’가 붙는다. 덮개·마개·걸개·쓰개·베개·밀개 등처럼 말이다.

엄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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