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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5월10일 총선거로 구성된 제헌국회가 서두른 일은 당연히 헌법을 제정하는 것이었다. 광복 후 혼돈 정국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했다. 그해 8월15일까지 국내외에 독립을 선포해야 할 필요성에 쫓긴 국회는 헌법 제정을 서둘렀고, 그 결과로 첫 헌법이 73년 전 오늘(7월12일) 만들어진다. 이승만 초대의장이 밝힌 공포문에도 “단기 4281년 7월12일에 헌법을 제정한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하지만 이 법이 서명·공포된 날은 그로부터 5일 뒤인 7월17일이다.

7월12일 만든 법을 5일 뒤 공포한 것을 둘러싸고 ‘조선이 건국된 날과 때를 맞추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있다. 실제 태조실록 등을 보면 1392년 7월16일 배극렴과 정도전 등이 고려 왕의 옥새를 받들어 이성계의 집으로 몰려가고, 다음날 이성계가 수창궁에서 새 왕으로 등극한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러나 실록 등의 날짜는 음력이다. 우리가 양력을 쓴 세월은 100년 조금 넘는다. 사료 속의 1392년 7월17일을 양력으로 따지면 그해 8월5일이다. 따라서 조선 건국일과 맞추기 위해 7월17일에 헌법을 공포한 것이 사실이라면, 참 부질없는 일을 한 셈이다.

그건 그렇고,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법과 관련해 잘못 쓰는 말이 많다. “주차위반으로 벌금 딱지를 떼었다” 따위로 쓰는 ‘벌금’도 그중 하나다. 벌금(罰金)은 “범죄에 대한 처벌로 부과하는 돈”이다. 이를 내지 못하면 노역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즉 형법이 규정하는 형의 일종이다.

반면 “공법상의 의무 이행을 태만히 한 사람이나 질서를 위반한 자에게 국가나 공공단체가 부과하는 금전상의 벌”은 ‘과태료(過怠料) 부과’다. 전입신고를 늦게 하거나 주차위반을 했을 때 돈을 징수하는 곳은 법원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다. 이런 돈은 ‘벌금’이 아니라 ‘과태료’다. 또 운전을 하다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과속을 하는 경우, 노상방뇨를 하거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행위 등도 절대 벌금을 물리지 않는다. 이런 행위는 ‘범칙금’ 부과 대상이다.

엄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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