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시간이 얼마나 더디게 흘렀을지 가늠한다. 타지에 머무느라 직접 찾아가볼 수 없으니 이번에도 그들에 대해 찾아 읽고 쓴다. 다음 마감이 돌아올 땐 부디 그들이 그곳에 있지 않아도 되기를 바라면서.
세 사람이 목숨 걸고 단식하며 외친 구호는 당연하고 소박한 요청들이다. 당연한데 법이 아직 수호하지 않는 권리에 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들은 더욱더 큰 소문으로 널리 퍼져야 한다. 차별과 노동으로부터 무관한 존재는 아무도 없으니까. 우리 중 누구는 어떤 법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살거나 죽는다. 농성장에 가보지 않고도 어렴풋이 알겠다. 미류와 이종걸과 임종린이 나와 내 이웃들 앞에서 싸워주고 있음을. 이 국가가 과거에 잃은 소중한 사람들과 앞으로 올 사람들을 대신해 싸워주고 있음을. 우리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있다는 걸 믿지 않고는 그렇게 싸울 수 없을 것이다. 자신뿐 아니라 타자를 상상하고 헤아리는 능력 때문에 가능한 싸움일 것이다.
우리 위해 싸우는 미류·종걸·종린
온몸으로 싸우고 있는 미류의 귀한 말들을, 이 지면에 옮겨 적는다. 그의 가느다란 몸과 곧은 목소리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들었으면 좋겠다. 지난 5월19일 기자간담회에서의 발언이다.
“정말 묻고 싶습니다. 차별하지 말자는 법을 만드는 게 사람이 굶다 쓰러져야 될 일입니까. 정말 누가 대답해주면 좋겠습니다. 국회에 들어앉아 있는 국회의원이든, 누구든요. 이게 정말 이래야 되는 일인지, 누가 설명해주면 좋겠습니다. 오늘부터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됩니다. 선거 때문에 제정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하더라고요. 그 선거 왜 할까요.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모든 인간이 동등하게 존엄하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하나 선언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그 꽃이 다 무슨 소용일까요. 민주주의에 의미가 없다면 그게 꽃인들, 장식용 조화의 색이 붉을지 푸를지를 결정하는 투표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 가깝게는 작년 국민동의 청원부터 도보행진, 그리고 이 봄 단식투쟁까지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건 정말 다 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서 국회 앞까지 길을 내온 15년이었습니다. 이제 국회가 이 다음 길을 내야 합니다. 법안을 심사하고 회의에서 통과시키는 건 국회의 역할이거든요. 종착지는 분명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상식이자 대세는 아무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지금 그 당장 그 종착지에 이를 수 없다면, 최소한 그 종착지에 갈 수 있는 길은 국회가 만들어놓아야 합니다. 그게 신속처리안건이라고 생각합니다. 240일 시간을 거쳐서 그 종착지까지 정말 잘 가보자, 약속하시기 바랍니다. 8개월 동안 국회 안에서는 법안을 어떻게 만들어야 되는지 토론을 하십시오. 국민의힘 의원들도 같이하십시오. 반대의견 있으면 심사하면서 토론하면 되지 않습니까. 어떤 우려가 있고, 그것을 어떻게 수정하면 좋을지, 그래서 더 나은 대안은 무엇인지 찾아나가는 것이 법제사법위원회의 역할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회 본회의에서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힌국 사회에 평등이라는 가치를 세우기 위해서 어떻게 더 의미 있는 법을 만들지 토론하십시오. 시민들은 그 법을 통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토론하겠습니다. 법으로 다 할 수 없는 변화는 또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국회 밖에서는 시민들이 또 토론하겠습니다. 같이합시다. 국회 안팎에서 8개월 동안 한국 사회에 평등이 공허한 말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을,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언어가 되게 할지.(…)”
이젠, 국회 안팎서 함께 얘기하자
미류가 굶어가며 내뱉는 말의 일부다. 밥 먹으면서 이 말을 듣고 읽고 전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그러니 같이하자. 국회가 신속히 움직이는지 지켜보자. 국회 안팎에서 함께 얘기하자. 옆 사람과도 앞 사람과도 이 법에 관해 말하자. 그것이 바로 미래에 관한 대화일 것이다.
이슬아 ‘일간 이슬아’ 발행인·글쓰기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