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이들이 100일 만에 등교했다. 아이들은 등교수업이 온라인 수업보다 훨씬 좋다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줄지 않아 조심스럽다. 가을 대유행, 백신 개발의 불확실성, 또 다른 바이러스 가능성이 거론되며 비대면 수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 우선 해결할 것은 무엇일까?
현재 온라인 수업의 5%만이 실시간 쌍방향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개학 당시 웹캠 가격이 급등했고 맞벌이 가정은 자녀의 수업을 준비하기 어려웠다. 지자체는 취약계층에게 노트북을 지원해주었지만 저소득 기준을 간신히 넘는 어려운 가정도 있었다. 교육당국은 모든 학생에게 기본 학습 준비물처럼 웹캠과 마이크를 지원하고 학생 스스로 접속할 수 있도록 사용방법을 주지시켜야 한다. 또한 영상 끊김 현상이 없도록 플랫폼과 통신망을 확보하는 물리적 환경 정비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수업 여건을 갖춰도 풀기 어려운 문제들은 여전히 남는다.
요즘 학원은 문을 열었지만 방과후학교는 축소 운영하거나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방과후 자유수강권을 사용할 수 없어 교육격차가 더 심화될 것이다. 코로나19의 수도권 확산으로 공공시설과 도서관 폐쇄가 길어지는 것도 문제다. 책을 사서 볼 수 없는 빈곤 가정 아이들은 집에 더 이상 읽을 책이 없다. 출판시장에서 e북으로 출간되는 아동도서 자체가 적어서 전자도서관을 통한 온라인 대여도 쉽지 않다.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책을 읽어주는 것은 저작권 문제로 어렵다. 수업 영상을 만들려면 출판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그 책에 한해서 전체 분량의 10%만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가정에서 방치된 아이들을 보살피고 아이를 둘러싼 위험신호를 감지하는 것이다. 2018년 보건복지부 조사에서도 초·중·고 교사와 아동보호기관 종사자에 의한 아동학대 신고가 가장 많았다. 비대면 수업이 늘게 되면 창녕 아동학대 사건처럼 사각지대에서 은폐되고 있는 학대를 포착하기 어렵다. 2001년부터 집계한 아동학대는 해마다 증가해왔는데 올해 처음으로 신고 건수가 감소했다고 한다. 등교가 미뤄지고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사이,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결망이 느슨해지며 아동학대 징후를 발견할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아동학대 발생 장소는 80%가 가정이고 가해자는 부모였다. 사건 종결 후 피해 아동의 80%가 가정으로 돌아갔고 쉼터로 간 아이들의 절반이 1년 안에 가정으로 돌아갔다. 아동학대의 주된 원인은 빈곤과 실업으로 밝혀졌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한 사회에서 가난한 가정일수록 양육의 힘겨움은 증폭된다. 부모가 의식주에 위협을 받으며 느끼는 좌절감과 스트레스는 훈육을 가장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이 커지는 만큼 가정이 안전한 울타리가 되지 못하는 아이들이 더 많이 생길 것이다. 대책 없이 비대면 영역이 늘어날수록 가난한 아이들은 더 아프고, 더 다치고, 더 고통받게 될 것이다.
<위지영 서울 신남성초 교사>
'주제별 >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교의 안과 밖]행정의 일부가 되어가는 교육 (0) | 2020.06.23 |
---|---|
[사설]코로나 속 제각각 대입전형, 교육당국은 뒷짐만 질 건가 (0) | 2020.06.17 |
[사설]건국대의 등록금 반환 합의, 타대학으로 확산하길 (0) | 2020.06.16 |
[기고]온라인 의무교육, 이게 최선입니까? (0) | 2020.06.12 |
[사설]99일 만의 전 학년 등교, ‘방역과 교육’ 지금부터다 (0) | 2020.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