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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매일 등교했던 코로나19 이전에는 또래 관계에 밀착되어 좀 더 홀로 서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지금은 집에 홀로 있을 아이들이 걱정된다. 가정환경이 주는 정서적 어려움이나 학업 차이가 더 심해지지 않을지, 말할 사람도 없이 하루 종일 화면만 바라보며 매일 자기 안에서 똑같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지는 않을지. 교실에서 교사에게 직접 배워도 이해하기 벅찬데, 온라인 수업으로 오히려 배움에 대한 단절을 경험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러고보니 학교는 그동안 아이들을 학교라는 공적 공간으로 이끌어내어 이 모든 개인적 격차를 통합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여러 부족한 환경에도 학교는 성장기 아이들이 자아와 가정의 울타리 밖에서 다양한 타자를 만나고 세상을 경험하며 자기 존재를 형성해가는 삶의 소중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어른들이 중시하는 지식 교육은 학교 교육의 명시적 영역에 불과하며 아마도 정말로 본질적 교육의 가능성은 학교 교육의 암묵적 영역 속에 깊이 잠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새롭고 좋은 것은 등교 기간에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서로에게 친절하며 서로를 환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친구나 선생님, 학생들을 보게 되니, 서로 반가움과 설렘, 기대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고 만남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교사들은 가정학습 기간에 홀로 있어서 더 힘들었을 학생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며, 그들이 학교에 왔을 때 조금이라도 자기표현과 소통의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개인 상담도 하고 학업에 대한 안내도 한다.

나도 학생들이 수업 중에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 소통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전보다 활동시간을 좀 더 마련하기 위해 고심한다. 한 시간 내내 강의만 해서는 그런 경험을 나눌 수 없기 때문에 학습지도안을 다시 짜서 개인활동과 그룹활동이 적절히 일어날 수 있도록 제시한 뒤 서로 활발하게 소통하도록 격려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주로 ‘조용한 학생’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어떤 질문이라도 좋다. 중요한 건 ‘조용한 학생’들도 교과활동에 참여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좋은 질문’을 건네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교사 또한 ‘좋은 질문과 가르침’에 대한 감각을 계속 얻을 수 있게 된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는 자신에 대해 스스로 말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비로소 알게 된다. 자신이 ‘여기 존재함’을 느끼게 될 때, 세상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힘도 생기게 된다. 비대면 교육환경이 지속되면 학생들에게 ‘자신의 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며’ 소통하고 연결되는 경험은 더욱 중요해진다. 온라인과 등교 수업을 연결하는 교육의 본질과 방향에 대해 성찰하고,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탐색해 나갈 수 있도록, 학교현장에 ‘좋은 가르침에 대한 대화의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다.

<조춘애 광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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