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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그래 그러니까 알았다

울지 마, 울지 마

내가 너를 지켜줄게

너의 목마가 되어줄게

너의 눈이 되어줄게


너의 꿈 나의 별

나의 아픔 너의 절망

나도 너를 따라가는

하얀 파도란다

작은 물결이란다

다시 오는 파도란다


파도야 파도야 고형렬(1954~)


바다에 이는 물결은 연속적으로 해안으로 밀려온다. 잠잠하게 혹은 맹렬한 기세로 와서 무너진다. 이 거듭되는 파도의 밀어닥침은 어떤 반복되는 질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든 파도는 제방으로 모래해변으로 달려와 하얀 포말을 뿌린다.

시인은 파도 뒤에 파도가 따라오는 것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파도와 연이어 오는 파도를 ‘너’와 ‘나’의 관계로 이해한다. 너와 나는 각각이 하얀 파도이며 작은 물결이며 서로를 따라가는 파도라고 말한다. 그래서 너의 꿈은 나의 별이 되고, 내가 아프면 너도 아프고 낙담하게 된다고 말한다. 

먼바다로부터, 수평선 너머로부터 파도들이 깨진 사기 조각처럼 밀려올 때, 울면서 달려올 때, 목마를 탄 듯 출렁이며 올 때 우리도 하나의 파도처럼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일이다. 앞뒤로 파도가 파도를 따라오듯 서로의 뜻을 좇고 따르면서.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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