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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라면을 맛있게들 먹었지
엄만 장사를 잘할 줄 모르는 행상(行商)이란다
너희들 오늘도 나와 있구나 저물어 가는 산(山)허리에
내일은 꼭 하나님의 은혜로
엄마의 지혜로 먹을 거랑 입을 거랑 가지고 오마.
엄만 죽지 않는 계단
김종삼(1921~1984)
김종삼 시인은 시 ‘어머니’에서 “불쌍한 어머니/ 나의 어머니는 아들 넷을 낳았다/ 그것들 때문에 모진 고생만 하다가/ 죽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불쌍한 어머니를 위해 살아 있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세상에 남길 만한/ 몇 줄의 글이라도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종삼 시인의 시에는 이처럼 어머니의 존재가 여러 번 등장한다. 시인은 ‘지(地)’라는 제목의 시에서도 “모진 생애를 겪은/ 어머니 무덤/ 큰 거미의 껍질”이라고 써서 몹시 애통해했다.
이리저리 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어둑어둑해진 산허리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착한 아이들이 있다. 어머니는 먹고 입을 것을 아이들에게 넉넉하게 해주지 못해 늘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내일에는 남루를 입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성스럽고 평화로운 날이 올 것이라고 스스로 믿는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죽지 않는 계단”이다.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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