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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정감사장. 여당 중진의원이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문재인 정부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집값 폭등의 주범이 종부세 인상을 외면한 세제당국이라고 몰아세우며 문재인 정부는 ‘기재부공화국’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 정부가 불붙인 부동산시장은 문재인 정부 첫 기재부 장관이 종부세 인상 계획이 없다고 되풀이하자 폭발했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위도 부동산세제 강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금융종합과세 확대 등 많은 조세개혁 주문은 거부하거나 세법개정안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그랬던 기재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개인유사법인’인 가족회사가 사내유보하면 배당으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개인유사법인 초과유보소득 배당간주’ 법안을 세계 최초로 ‘창조’했다. 70만 중소법인 중 무려 절반 이상이 대상이다.

27일 중기중앙회에선 기업인들이 국회 조세소위원장과 기재부 관료들 앞에서 항의와 울분을 쏟아냈다. 소상공인들을 돕겠다고 했던 정부가 중소기업을 조세회피자로 지목하고 받지도 않은 배당세까지 내라는 게 제정신인지 물었다. 공청회는커녕 대상을 정한 시행령도 없이 세법개정안을 낸 기재부의 ‘탁상행정’이 빚은 참극이다.

뒤늦게 기재부 장관은 유보금을 투자·고용 등에 쓰는 정상적인 기업은 과세 대상이 안 되게 하겠다고 수습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초대기업이나 적용받는 ‘환류세제’와 똑같아지는데 왜 영세기업이 중견 상장회사도 안 내는 세금을 내야 하는지, 유명무실한 제도라면 왜 납세협력비용과 행정비용에도 고집하는지 말이 없다. 잘못이면 폐기가 답이고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미국처럼 이자·배당·임대 등 ‘수동적 소득’ 회사에 핀셋과세하면 될 일이다.

내년 4월부터 상장주식에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이 3억원으로 대폭 낮아지자 ‘동학개미’들이 반발하고 있다. 기재부가 몇 년 전 시행령에서 기준액을 낮춰놓았기 때문인데, 왜 3억원이냐는 국감 질의에 기재부 장관은 “그럼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왜 인상했냐?”는 황당한 반문을 했다. 초대기업 법인세율 원상회복에 소극적이었던 기재부의 ‘뒤끝작렬’이다.

그런 기재부가 뜬금없이 ‘재정준칙’을 제정한단다. 국가채무 관리를 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로 제한하고 통합재정수지 기준을 3%로 설정한다는 안이다. 코로나19와 경제난으로 생존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이 곳간 주인인데 곳간 지기에 불과한 기재부가 곳간 문 열라는 국민의 요구가 마뜩잖아 오랜 숙원인 ‘묘수’를 생각해낸 것이다. 반대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의 경제효과와 유용성은 비판하면서, 야당의 재정건전성 주장을 이용하고, 망설이는 정부엔 5년 후에나 적용된다고 입법전략까지 짰다.

저출산·고령화시대 재정확충과 소득재분배를 위해 불로소득과 자산소득에 강력한 과세와 신세원 발굴 등 이 정부 내내 이어진 조세개혁 주문엔 ‘마이너스 세법개정안’으로 답한 기재부다. 진정 재정당국이 재정건전성을 걱정한다면 여야를 설득해 제대로 된 재정확충안을 만드는 일에 나서는 게 순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예산과 경제정책 등 경제권력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쪼개 견제와 균형을 이뤘지만, 급히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2008년 보수정부가 합친 공룡부처 기재부를 전혀 손대지 못했다. 새로운 정부가 준비되고 있다면 ‘국민주권 경제’를 위해 먼저 챙길 일은 ‘기재부공화국’을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다.

기재부에 기댄 한국 경제는 나라의 명운과 국민의 민생이기에 탓만 할 순 없다. 하지만 기재부가 명심할 것은 ‘기재부공화국’ 치하 그들의 애국심을 믿는 국민들이 지금 인내하며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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